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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2년 마다 정기점검 하러 병원에 갔다. 들어서자 마자 시장 장터처럼 사람이 많다. 진료받으러 온 사람, 진료 마치고 가는 사람들. 그리고 입원·퇴원 수속하는 사람들. 간간이 구급차에 실려 오는 응급환자와 겹치면 매우 복잡하다.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를 병원에 가봐야 실감한다.

아프다면 병원을 찾고 경미하면 혼자도 가는데 수면내시경 검사는 보호자 필히 대동이다. 사고로 다치거나 심각하면 온 집안이 나선다. 한사람 두 사람 심지어 가족 동반하여 오는데 실제 아픈 환자는 30%, 70%는 보호자이며 어린이나 노인은 더 많이 따라오므로 병원에 가면 북새통이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고 직장을 잃으면 많게 잃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 는 말 병원에 가보면 답이 나온다. 한번 중병 들어보면 돈, 아파트, 땅, 명예, 직장, 사랑, 우정 미련 따위 없다. 살이 찢어지는 아픔 나만 안다. 아내도 모르고 자식도 모른다. 내가 어떻게 잘못되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고 생각하니 생각할수록 한숨이 나오고 눈물이 쏟아진다.

건강은 건강할 때 관리해야지 고생 덜 한다. 아프면 온 가족 걱정 끼치고 입원하면 가정에 비상이다. 중환자실로 옮기면 집안에 초비상으로 시시각각 비상상황 연락체계로 돌입한다, 다행히 일반병동행이면 휴우! 하지만 영안실행이면 울음바다다.

약 타러 약국에 가면 반 이상 노인이다. 약을 한 보따리씩 가지고 간다. 나이가 들면 ‘약을 밥 먹듯 병원을 시장에 간다’는 말 나이 들어보니 딱 맞다. 한 보따리 약을 드시고도 정정하게 병원 혼자 오고 약도 혼자 타고 가는 뒷모습을 보며 인간생명 맥없이 연기처럼 사라지기도 하지만 고무줄처럼 질기다는 위안도 해 본다.

안 아프면 자기 좋고 효도 하는 것이다. 병원대기실에 있어 보면 시계를 보면 안 된다. 조바심 나고 지루해서 왔다 갔다 하여 주위에 피해 준다. 느긋하게 기다리는 습성 병원 가면 배운다. 한 시간은 기본이고 서너 시간 한나절, 대 수술하면 밤 꼬박 새울 때도 있다.

내시경 검사나 수술하는 병동 대기실의 기다리는 모습도 가지가지다. 대부분 휴대폰 두드리며 시간 보내고 염주 묵주 굴리며 기도하는 자매님 눈만 껌벅거리며 한숨만 쉬는 형제님 들락 나락 왔다 갔다 하는 보호자 천태만상이다. 분명한 것은 눈 지그시 감고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모습은 한결같다. 평소 잘못한 것이나 서운하게 했던 일들이 떠올라 속죄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병원대기실 있을 때는 못 된다고 하면서 자신이 주인공 될 때가 있다. 인생만사의 여정 누가 알겠소? 한치 앞도 모르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지병이나 사고로 응급실로 실려 올 수도 있다. 건강할 때 건강관리를 잘하여 가급적 병원 덜 가자. 한 사람이 생로병사 일생을 살아가면서 병원, 경찰서, 무료급식소 되도록 안 가도록 하는 것이 인생사 그렇게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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