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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미 시인·포항대학교 간호확과 겸임교수
봄이 되면서 시내 근교의 도로에는 로드킬 당한 동물의 잔해들이 부쩍 늘었다. 유튜브 등에서는 죽은 동료나 가족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시신 주위를 헤매는 짐승들도 간혹 등장한다. 그럴 때 말할 수 없이 밀려드는 안타까움의 한편으로 사람이라서 참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생기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 그런 사고를 당했다면 쏜살같이 119가 출동할 것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가 환자를 싣고 병원으로 옮길 것이다. 통행량이 많은 대로변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는 소식은 그 어떤 경로로든 들은 적이 없다.

최근 시민들의 응급구조 활동으로 누군가가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포항 시내의 모 교회에서도 있었던 일이라 한다. 기도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웅성거리던 차에 한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화를 면했다는 것이었다. 목숨을 구한 그는 의료인도 아니었는데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고 한다. 이것은 일반인들도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에 대해서 숙지하고 있으며 그 방법 또한 일반화되었다는 의미이다.

심장이 멎은 상태는 촌각을 다툴 만큼 위급한 상황이다. 그럴 때는 무엇보다 최대한 빨리 심장에 자극을 주어 심장이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니까 가슴 중앙선의 흉골 아래쪽 1/2지점에 깍지낀 손을 대고 누르면 되는 것이다. 제법 힘을 실어서 눌러야만 되는데 체중을 이용하여 시행하면 힘을 덜 들일 수 있다. 이것은 0.5초 단위 정도로 빠르게 마사지를 해야 하는데 30회 시행 후 인공호흡을 2회 하는 것이다. 인공호흡은 1초 정도의 간격으로 숨을 몰아 입으로 불어 넣어 주는 것인데 환자의 흉곽이 위로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일도 필요하다. 심장 마사지를 제때에 하여 혈액을 순환시킴으로써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는 텔레비전에서만 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위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의료인이 도착하기 전 알고 있는 상식으로 사람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 되겠는가.

현대인들의 식생활이 변화하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성인병 발병률도 증가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기치 못한 곳에서 사고를 입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누군가의 신속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생명은 대부분 건질 수가 있다. 요즈음은 아파트관리실에도 제세동기를 비치하고 있어서 응급 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고 있었다.

도롯가에 방치된 죽은 동물을 볼 때마다 저들이 어쩌다 사람의 세상으로 와서 동물답게 죽지 못하는구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 작은 짐승들의 심장을 조금만 두드려 준다면 벌떡 일어나 다시 산이나 들로 뛰어나갈지도 모르는데…. 차에 부딪혀 정신을 잃은 동물들은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과학은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필요에 의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웰빙·웰 에이징·웰 다잉 등의 이슈들이 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되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각계에서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얼마 전 강원도에는 큰불이 났다. 그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터전을 잃었고 그곳에 살던 수많은 곤충과 짐승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설치된 전기가 자연을 무자비하게 무너뜨려 버렸다. 아무리 열심히 심폐소생술을 한다 하더라도 되살릴 수 없는 그 나무, 그 동물, 그 꽃…. 저들이 스스로 살아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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