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것도
잊는 일

꽃 지는 것도
잊는 일

나무 둥치에 파넣었으나
기억에도 없는 이름아

잊고 잊어
잇는 일

아슴아슴
있는 일




<감상> 꽃피고 질 때, 우리는 인연 있는 사람들과 사진 찍고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려 한다. 심지어 나무 둥치에 이름까지 파 넣는다. 거기뿐이겠는가. 자신의 뼈에, 바닷가 모래밭에, 수첩에, 일기장에, 휴대폰에 그리운 이름들을 새겨 넣는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 이름들은 서서히 기억에서 사라지고 만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잊고 잊는 일을 반복하면서 그 기억들을 이어간다.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과 그리움과 이름들이 흐릿하게 아슴아슴 떠오른다. 결국 우리네 인생은 “잊는 일(空)→잇는 일(卽)→있는 일(是色)→잊는 일(空)”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한 번쯤 나는 누구 마음에 아슴아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 반문해 보자.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