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감상> 지나가는 기차처럼, 꽃이 지는 것처럼 그리운 것들은 떠나가지만, 내 간절함은 아직 남아 있네. 꽃 핀 마을에 기차가 지나가면 당신이 기차에 꼭 탔을 것 같은, 언젠가 꼭 한 번 내릴 것 같은, 당신이 걸어가는 길마저 필 것 같은, 한 번쯤 꼭 만날 것만 같은, 아름다운 발을 볼 것만 같다. 내 몸 속에 추억을 간직하고 있으므로 헤어짐과 만남은 분리되지 않고 공존한다네. 이별과 만남, 생과 멸이 현생에서 이루어지지만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환상이자 꿈속이 아닌가. 그리운 것들은 서로 몸이 먼저 닿아 있으므로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고 후생까지 이어지는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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