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재산권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어온 선암사 문제가 폭력사태로까지 비화되면서 또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8일 오전 선암사 신임 주지가 경비업체 직원 등을 동원, 전남 순천 태고총림 선암사를 '접수'하면서 경비업체 직원과 선암사 전 주지측 스님들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스님 5명이 부상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날 폭력사태는 이미 지난 8월 말 태고종 총무원측이 '선암사 전 주지인 금용 스님이 종헌.종법을 위반하고 종단의 연례행사인 행자 합동득도 법회를 거부하는 등 해종 행위를 했다'며 승려 자격 정지를 의미하는 정적 및 주지 해임을 통지하면서 예고됐다는게 교계 안팎의 분석이다.

총무원측의 결정에 대해 금용 스님측은 곧바로 다음날 재적승려 전산대회(총회)를 열고 '선암사 운영위원회법'의 무효와 총무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총무원측은 지난 달 5일 행자 합동득도 법회를 강행하려 했으며, 금용 스님측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에 선암사에 대한 시설보호를 요청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사태로까지 전개됐다.

하지만 총무원 간부 스님들이 모두 순천으로 내려와 연석 회의를 가진 끝에 법회 연기를 결정함으로써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달 18일 선암사 운영위원회는 도선암 주지인 승조 스님을 새 주지로 만장일치로 선출했고 이를 총무원측에 통보했다.

이날 폭력사태는 결국 새 주지측이 전 주지측을 몰아내기 위해 추석 연휴 기간 기습적으로 '접수'를 감행한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새 주지측은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접수'나 '장악'이 아니라 절차에 따른 '임무수행'과정에서 빚어진 불상사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승조 스님은 "종무행정 이관을 거부함에 따라 합법적으로 절에 들어온 것이며 이후 전 주지측과 대화를 통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선암사 운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전 주지측이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새 주지측은 선암사 종무소에, 전 주지측은 팔상전에 머물며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 주지측은 선암사 말사인 도선암의 등기와 관련해 총무원측이 선암사 운영위나 전산대회 등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문제삼고 있다.

전 주지측 도월 스님은 "이번 폭력사태는 태고종단과 태고종정의 신변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총무원측이 조종한 사건"이라면서 "재적승들과 선암사 신도 모두가 나서 총무원의 불법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럼 양측이 모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겠다는 강경 입장이어서 헤게모니 싸움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전 주지측이 지난 4일 태고종 총무원장에 대해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을, 새 주지에 대해서는 직무대행가처분 소송을 제기, 양측의 대립은 이미 법적 문제로까지 비화된 상태다.

여기에 총무원측이 9일부터 행자 합동 득도 법회를 선암사에서 열기로 하고 행자 소집을 통보, 이를 막으려는 전 주지측과의 또 한차례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총무원측 관계자는 폭력사태와 관련, "승조 스님은 선암사 운영위원 전체의 총의로 선출한 적법한 주지"라고 전제한 뒤 "현재의 대치 상황은 선암사 안에서 총무원의 정상적 종무행정을 지지하는 승조 스님측과 선암사가 어려움을 겪더라도 종단과는 무관하게 이끌고 가겠다는 금용스님측의 대치"라면서 "총무원은 물리적 충돌 없이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선암사 사태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양측이 선암사 정상화를 위한 기구를 만들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불교계 안팎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