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검사 12번…현역ㆍ공익요원 3번 입대 뒤 곧 귀가
소송 2번에 징집 열외…재검사 되풀이 관리 '허점'

19세 때 현역병 입영 판정을 받고도 질병과 유학 준비 등을 이유로 17년 간 군 복무를 피해온 남성이 결국 '고령'으로 병역을 면제받게 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 해당 남성은 신체검사를 12번 받았고 현역병으로 1번, 공익근무요원으로 2번 등 총 3차례 입대했지만 그 때마다 질병을 이유로 곧 귀가했다.

소송이 2번 진행되면서 시간이 지연됐고 병무청은 번번이 징집에 실패, 징병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뇌물을 주고 '허위판정'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재검사를, 병역 면제를 위해 병무청을 상대로 소송을 내 대법원까지 간 끝에 패소해 재검사를 받았지만 번번이 똑같은 '재검사' 판정만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1969년생인 K씨가 첫 신체검사를 받은 것은 19세 때인 1988년 4월. K씨는 당시 신체등위 2급(현역 복무 대상) 판정을 받았다.

K씨는 유학을 준비한다며 입대를 미루다 96년 5급 판정이 나 현역이 아닌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3년 뒤 '병무비리 수사'에서 K씨의 아버지가 군의관에게 뇌물 2천만원을 준 사실이 적발돼 처분은 취소되고 K씨는 현역병 입대했지만 훈련소에서 7급(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등급판정 불가능) 판정이 나와 2개월 뒤 재검사를 받기로 하고 귀가했다.

K씨는 1999년 11월 재검사에서는 '급성담낭염' 증세로 7급 판정을 받았고 병무청은 이듬해 2월과 6월 재검사를 통지했는데 K씨는 "현역병 입영ㆍ공익근무요원 소집 의무 면제연령인 31세가 됐다"며 징병검사 수검 취소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지만 항소심에서 패한 뒤 2002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고는 1989년부터 해외여행을 나가 국외에 거주하면서 수 차 기간을 연장해 입영을 연기했으므로 입영의무는 병역법 단서조항에 따라 36세부터 면제된다"고 판결했다.

결국 재검사에 응한 K씨는 2002년 2급 판정을 받았고, 재검을 요청했지만 같은 판정이 나왔다.

당국은 그러나 나이(33세)를 감안해 고령자는 공익근무를 시킬 수 있는 규정에 따라 K씨를 공익근무요원으로 보냈지만 소속부대 신체검사에서 '외과 종양'을 이유로 7급 판정이 나 K씨는 또 귀가했다.

3개월 뒤 재검에 불응해 병무청의 직권 2급 판정으로 K씨는 2003년 공익근무요원으로 다시 입대했지만 이번에도 부대 신체검사에서 '담낭염' 진단이 나와 병영을 떠났다.

이후 K씨는 2003년 10월과 2004년 3월 재검사에서 각각 7급 판정을 받았다가 2004년 6월 2급 판정을 받았고 병무청은 7월 공익근무요원 대상으로 분류한 뒤 소집을 통지했지만 K씨는 "보충역 편입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며 소송을 내 병무청의 실수가 인정돼 승소했다.

병무청은 지난해 10월 K씨에게 다시 공익근무요원 소집을 통지했지만 K씨는 이번에는 "이미 36세가 됐기 때문에 병역 의무가 면제된다"며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공익근무요원 소집 취소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K씨가 낸 소송에서 "원고의 병역 의무는 36세가 되는 지난해 1월1일자로 면제됐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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