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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아픔 딛고 똘똘뭉쳐 다시 ‘시동’
부도아픔 딛고 똘똘뭉쳐 다시 ‘시동’
  • 김정혜기자
  • 승인 2006년 12월 31일 19시 18분
  • 지면게재일 2007년 01월 01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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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 100여명 노동자자주기업으로 새출발
허리띠 졸라맨 덕 10개월만에 부채 9억 갚아

지난 2006년 2월 19일, 대구시내버스에는 두 가지 큰 일이 벌어졌다.

하나는 서울과 대전에 이어 대구에서도 준공영제가 실시된 것, 다른 하나는 회사 부도로 운행을 멈췄던 ‘국일여객’이 기사들의 천신만고 끝에 ‘달구벌’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임금체불, 장기파업, 부도, 운행중단까지 빚은 국일여객.

더 이상 갈곳이 없는 이들에게 남은 방법은 직접 회사를 꾸리는 것.

그러나 전 회사가 지고 있는 부채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도 없는 일.

막막해진 기사들은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한 겨울, 차가운 땅바닥에 삼보일배 행진을 하며 대구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부도난 회사로부터 부채 42억 원을 모두 떠맡았다.

가져온 것은 건물과 버스 51대.

지기 어려운 짐을 짊어지게 된 이상 다른 회사와 똑같이 시작할 순 없었다.

그래서 도입한 방식이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선 노동조합원 100여명이 1인당 800만원씩을 내놓았다.

회사경영은 이정훈 전 전국민주버스노조 초대 위원장과 직원 5명 등 임직원 6명이 책임졌다.

주식 전부를 지역 인사 4명에게 각각 25%씩 무상 양도했다.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자본금을 내 소유하고 회사경영은 전문가 집단에게 맡겨 소유-경영-노동(승무)을 완전히 분리시킨 것.

이같은 철저한 준비와 합의, 설득을 갖고 달구벌은 드디어 첫 차를 내보냈다.

그동안의 고생 때문이었을까.

다시 운전대를 잡게 된 기사들의 모습은 이전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입으라고 줘도 잘 입지 않던 유니폼을 자비를 털어 맞춰서는 운전대를 잡는 날이면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꼭 챙겨 입었다.

또 쳐다보지도 않던 버스 안 쓰레기도 내 집처럼, 내 차처럼 깨끗이 치웠다.

나부터 한푼이라도 아껴야 된다는 생각.

30도가 웃도는 무더운 날씨, 아무리 더워도 손님이 없는 대기시간에는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대구시로부터 받는 유류비를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1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맨 덕분에 10달만에 부채 9억 원을 갚았다.

오로지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 악물고 일했는데도, 시민들에게는 후한 점수를 받았다.

대구시가 7월부터 9월말까지 시내버스의 서비스에 대한 평가에서 당당히 2위에 올라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빚이 30억 원이 넘는다.

부도로 집집마다 생활고에 시달렸는데 언제까지나 상여금을 반납하고 억척같이 일할 순 없는 일.

지금에 오기까지도 113명의 마음을 합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백부현 지부장(54)은 “내 회사라지만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진 113명의 조합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며 “앞으로도 제일 큰 숙제”라고 했다.

회사는 매달 경영보고회를 갖고 수입과 지출 상황을 투명하게 알리고 있다.

끊임없이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논의하는 것.

달구벌버스 직원들은 서로간 신뢰가 있기에 지금까지 왔고 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상현씨(45)는 “예전에는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상여금도 못 받으니 처우가 더 나빠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일단 마음은 너무 편하다”면서 “힘들어도 남의 차가 아니라 이제 내 차고 내 손님이라는 생각에 달린다”고 말했다.

달구벌 버스 직원들의 목표는 시민과 함께 달리는 버스회사.

부채가 해결되면 장학사업등 기업이율을 사회 환원하는 모범이 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직원 모두의 포부다.

백 지부장은 “감사하게도 세금으로 달리고 있지 않느냐”면서 “정말 대구시민, 시민 가운데서도 서민들의 발이라는 처음 마음을 잃지 않고 사랑 받는 버스회사가 될 테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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