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廉弘喆) 대전시장이 8일 탈당함에 따라 한나라당의 충청권 공들이기가 허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염 시장이 자민련 탈당을 선언한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와 연대해 '중부권 신당' 형태의 독자세력화를 시도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충청권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내부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노심초사끝에 기울인 '정성'이 일시에 물거품이 될 소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여당에 의해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제시된 이후 잇따라 충청권에서 선거에 패배하자 충청 표심잡기 대책 마련에 부심해온 한나라당은 염 시장의 탈당이 충청권에서 추가 탈당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충청권의 상당수 기초 단체장들과 지역의회 의원 등이 탈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지난 총선에서 총청권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 간판으로 당선된 홍문표(洪文杓) 의원과 한나라당 소속 이원종(李元鐘) 충북지사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두 사람 모두 탈당가능성은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염 시장의 탈당을 계기로 행정도시법 국회 통과를 둘러싼 지도부와 반대파의 내분사태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대파들은 당장 "산토끼 잡으려다가 집토끼마저 놓쳤다"고 지도부를 겨냥, 공세적으로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반대파들의 행정도시 건설 반대투쟁에 명분을 실어주는 결과가 돼 반대파의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대파를 주도하고 있는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충청권이 한나라당에 고마워하기는 커녕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이 충청권을 끌어안기 위해 행정도시법 만든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공세를 폈다.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수도지키기투쟁위(이하 수투위)'에 힘을 싣게 됐다"면서 "충청권에 해줄 것은 다 해주고 탈당은 탈당대로 하는 꼴이 됐다"고 가세했다.

당 지도부는 염 시장 탈당소식이 전해지자 섭섭함을 나타내면서도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염 시장을 겨냥, "공인으로서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지 않고 탈당하는 것에 비애를 느낀다"면서 "자신을 키워주고 당선시켜준 당을 떠나면서 마지막 예의를 지키지 않는 염 시장의 장래를 지켜보겠다"면서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김 사무총장은 앞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염 시장이 한달전에 자신에게 "충청권 민심을 당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탈당을 암시하는 편지를 보낸 사실을 소개한뒤 "상황은 조금 나빠지겠지만 그렇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한나라당은 추가 탈당방지를 위해 지방자치위원회(위원장 김충환) 주재로 조만간 의원.자치단체장 연석회의를 소집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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