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운 전 레바논 총리 귀국의사 밝혀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은폐 증거 발견"

레바논 내 친시리아 세력이 연일 시리아군 철 수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는 가운데 14일에는 반시리아 세력이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 한달을 기념해 대규모 반시리아 시위를 벌였다.

무니브 나세레딘 베이루트시 관리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의 순교자 광장에서 열린 이날 시위에 전국에서 약 80만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에 망명중인 미셸 아운 전 레바논 총리는 이날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몇주 안에 레바논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아운 전 총리는 레바논에 주둔중인 시리아 군대와 정보요원들이 완전 철수 일정을 발표한 후에 자신의 귀국 날짜를 밝힐 예정이라면서 "현재 상황으로 봐선 총선 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레바논 총선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 의회의 임기는 오는 5월31일 만료된다. 아운 전 총리는 지난 달 AP와 회견에서 레바논 야당이 원한다면 총선에 출마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레바논 정가 소식통들은 하리리 전 총리 암살에 시리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레바논의 정치적 분열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당국이 이번 시위 이후부터는 시위 금지조치를 내리고 모든 집회를 막기 위해 군의 개입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과 다른 공직자들은 거리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야당측에 사태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

야당의 핵심인사인 마론파 기독교의 나스랄라 스페이르 대주교도 "거리에서의 세력 과시"를 중단하라며 시위는 안정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앞서 13일에는 테르예 로에드-라르센 유엔 특사가 라후드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 측에 군 철수 요구를 전달하라는 압력을 행사했지만 동시에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주 도한 대규모 반미 시위도 열렸다.

이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만난 로에드-라르센 특사는 아사드 대 통령이 시리아군과 정보요원을 2단계에 걸쳐 완전 철수키로 했다고 전했다.

레바논 베카 계곡에 주둔하고 있던 6천명의 시리아군 중 일부가 11일 밤 국경선을 넘어 시리아로 철수한데 이어 14일에도 시리아 군 정보요원들이 레바논 북부의 사무실 두 곳을 추가로 비우고 철수했다.

레바논 군 고위관계자는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 1만4천명 중 약 4천명이 철수했 지만 완전히 철수하려면 빨라도 한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의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사건 조사팀은 레바논 당국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오는 16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또는 레바논) 군 정보장교들이 하리리 전 총리 암살에 연루됐다"고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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