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충동범행"…3년감형

남편에게 상습구타를 당해오던 중 욕설을 하는 남편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여성 피고인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해 감형한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란 외상(外傷)으로 경험될 만큼 심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이 우울ㆍ불안ㆍ수면장애 등 지속적인 과민상태에 있게 되는 장애를 말하며, 심신미약이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피고인은 형법 10조에 따라 감형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이주흥 부장판사)는 18일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된 서모(46.여)씨에 대해 1심과 달리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심과 항소심이 각각 실시한 정신감정결과를 종합해 보면 피고인은 수년간 계속된 남편의 상습폭행과 모욕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이다 사건 당일 남편으로부터 심한 욕설과 함께 모욕을 당하자 극도의 흥분에 빠져 심신미약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에서 정신감정을 실시한 공주치료감호소 의사는 피고인이 사건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는 빠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를 참고만 할 뿐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1991년 12월 결혼한 서씨는 도박에 손을 댔다 가산을 탕진한 남편이 아들의 혈액형 검사 오류로 의처증 증세까지 보이며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는 가정에서 살아왔으며 지난해 4월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남편을 집에 데려가려 했지만 남편이 "찔러보라"며 욕설을 하자 격분해 흉기로 5차례 찔러 살해했다.

서씨는 수사기관에서 '남편이 제 인생을 망쳤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미워졌다', '그때는 남편이 사람같이 보이지 않고 형체만 시커멓게 보였다', '순간적으로 쌓였던 것이 한꺼번에 폭발했고 남편이 사람같이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