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포항 섬김의 교회 목사)

1990년대 후반부터 출산율이 해마다 떨어져 2002년에는 1.17명이 되었고 이는 OECD 국가의 평균합계출산율인 1.58명보다 낮아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의 배경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낮은 출산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2년에 5천68만 명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여 2050년에는 1991년 수준인 4천4백만 명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구는 양적 및 질적 측면에서 국가의 발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장래를 보장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한 국가의 구성 요소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출산이 지속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나 고출산으로 인한 환경용량, 식량수급에 대한 문제도 심도 깊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어려움이 다가올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난관에 대비해야 한다.

영국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아일랜드는 북위 51∼56도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약 7만㎢에 약 350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 북유럽의 작은 나라이다.

아일랜드는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늘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강대국인 영국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은 아픔을 지닌 나라이다. 그러나 그 정치적인 지배 못지않은 큰 아픔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1845년∼1851년 사이에 있었던 감자파동이다.

아메리카대륙에서 감자가 유럽으로 전달된 것은 16∼17세기 무렵이다. 아일랜드 주민들도 새로운 품종인 감자를 심어 수확해보니, 밀이나 귀리를 심었을 때보다 소출도 훨씬 더 많고 맛도 매우 좋았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각 농가에서 감자를 심어 나갔다. 서늘한 기온에 잘 자라고 소출이 좋은 감자 덕분에 자녀들도 배불리 먹일 수 있어서 250만 정도에서 고정되어 조절되던 인구도 늘어만 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의 수와 식량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늘어난 인구를 넉넉히 먹여 살리기 위해서도 감자의 재배면적을 늘여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감자파동이 시작되던 1845년 무렵에는 인구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런데 1845년부터 감자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너나없이 감자를 심어 전국 들판에서 거의 감자 단일 작물만 자라고 있은 탓이었는지 감자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 갔다. 그에 맞추어 감자의 소출은 해마다 떨어져만 갔다.

재앙이 시작되자 배표를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 중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신대륙으로 이민을 갔는데 그 수가 백만을 넘는다. 남은 사람들 중에서 이 기간 동안 굶어 죽어간 사람이 백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이 현상은 6년 간 지속되었고 1851년에야 비로소 진정되었다. 그래서 마침내 다시 원래의 주민 수로 돌아오는 것으로 안정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전통적으로 신심 깊은 가톨릭 신자들의 나라인 아일랜드의 주민들은 기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배고파 울부짖는 아이에게 먹을 것을 마련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겠는가? 이 과정에서 힘에 부칠 때에는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호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일랜드의 생태계 안에서 그 개체 수를 줄이는 것으로 정리되고 말았다.

지구 생태계는 그물 사슬처럼 엄격한 질서를 가지고 있다. 생태계의 질서는 파괴되거나 변질되지 않는다. 생태계는 지구 자신이 부양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생명체들을 부양한다. 부양능력의 범위 내에서는 어느 한 개체의 수가 느는 것을 허용하고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불어나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지구내의 부양능력의 한계를 초과하는 것은 어김없이 굶주림, 질병, 재해, 싸움 등으로 정리하고야 만다.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이러한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 않을 경우에 그것은 멀지 않은 시기에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을 키우게 될 것이다.

다시금 인간은 '지구한계내의 존재'임을 깨닫는 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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