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섬김의 교회 목사)

국어사전에 생태계(生態系)는 '어느 환경 안에서 사는 생물군과 그 생물들을 제어하는 제반 요인을 포함한 복합 체계로써 생태학의 대상이 된다'고 적고 있다. 이 말은 1935년 제창된 개념으로 영국의 A.G.탠슬리에 의하면,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이것들 상호간의 관계를 지닌 생물과 무기적 환경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예를 들면, 작은 연못의 생태계에서 크게는 지구 생태계까지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생태계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이 생물적 요소와 비생물적 요소로 대별할 수 있다. 생물적 요소는 영양물질의 순환이라는 기능적 관점에서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분해자로 구성된다. 비생물적 요소는 물질순환적 요소인 무기물질(탄소·인·질소·황 등), 생물적 요소와 비생물적 요소를 연결하는 유기물질(단백질·탄수화물·지방 등) 그리고 공기, 온도, 습도, 기후 등의 물리적 요소로 구성된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과 생물들은 이러한 구분 중의 어느 한 범주에 들어간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은 서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잠시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해 간다.

불교의 화엄사상 중에서 일다상용부동문(一多相容不同門)이 있다. 이것은 하나와 전체가 서로 용납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는 전체에 들고 전체는 하나에 녹아 있어 무애자재하다. 그래서 하나 가운데 전체이고 전체 속의 하나이다. 그러면서도 각기 나름대로의 개성으로 본래의 면목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와 전체가 혼란되지 않는 상입(相入)을 말한다. 상입이란 이것과 저것이 서로 용납하고 받아들여 걸림없이 융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화엄사상에 의하면 생태계의 일부가 인위적으로 변경 파괴되는 생태계의 위기란 바로 지구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영국의 의사이자 화학자인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은 이 '지구생태계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Gaia)이론을 가설로 내놓았다. 그리스 신화의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라는 단어를 동원하여 지구생태계를 '유기체로서의 지구'로 지칭한다. 이러한 가이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가이아는 스스로 모든 생물들에게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따라서 인간이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다면, 가이아는 그 속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둘째, 가이아는 생물과 같은 중요한 기관들과 함께 부속기관을 가지고 있어 필요에 따라 신축·생장·소멸이 가능하고, 장소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셋째, 가이아는 매우 정교한 자기조절 체계처럼 스스로를 조절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35억년동안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선은 30%나 증가했다. 그렇다면 태양빛이 30%나 모자랐던 35억 년 전에는 지구가 꽁꽁 얼어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은 이렇게 말한다. 빙하기에 조금 추워지고, 간빙기에 기온이 다소 오르는 변화는 있었지만 과거 지구는 생물체가 살 수 없을 만큼 춥지 않았다. 또 다른 예를 본다면 매년 5억 4000만 톤의 염분이 바다로 흘러들지만 해양 염분도는 한결같이 3.4%를 유지하고 있다. 대기 구성에서 '산소 21%'라는 최적점은 유지되고 있다. 만약 공기 중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 지구적 규모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서 메탄가스의 생산이 증대되고 산소의 소비량은 커진다. 대체 왜 그럴까?

러브록(James Lovelock)은 말한다. 지구는 생물·대기·바다·육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구성요소들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생물이 살아가는데 적합한 환경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복합체계이다. 가이아(Gaia) 가설은 지구상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그러한 유기적 상호작용을 통한 범지구적 규모의 조절시스템이다. 이는 지구가 전체적으로 볼 때 항상 안정을 유지하려는 성질을 지적함으로써 오늘날의 환경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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