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섬김의 교회 목사)

다치바나 다카시가 지은 '우주로부터의 귀환'이라는 책에서 우주인 유진 서넌(Eugene Cernan)은 달로 가면서 지구를 바라본 감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구로부터 멀어짐에 따라 지구는 점점 아름다워진다. 그 색깔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태양 빛을 받아 청색과 백색으로 된 지구가 빛나고 있는 그 아름다움. 이것은 사진으로는 표현될 수 없다"

운석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조사하여 추정한 바에 따르면 우리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이나 된다. 46억 년이란 기간은 사실 제대로 상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긴 시간이다. 그런데 이것은 학자들이 그러할 것으로 짐작하는 것일 뿐, 정말로 어떠한가에 대해서 현재까지 완전히 알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46억 년 전에 시작하여 모든 것이 물질이 가진 원리에 따라 자체 안에서 진화하여 지구상에 오늘날과 같은 생태계가 형성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창조했으나 그 이후에는 물질계의 원리에 따라 진화를 거듭해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모두의 의견이 서로 옳은 점을 가지고 있다.

하여간 지구의 나이가 46억 년 정도 된다는 것에는 대게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가 만들어진 물질들의 기원은 이보다 훨씬 더 긴 시간 속에 있다. 지구를 형성하고 있는 백여 종류의 원소들이 만들어진 것은 태양과 같이 계속 엄청난 양의 빛을 우주로 뿜어낸 항성 안에서였다. 그러니까 지구는 이전에 다른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들이 그 별이 수명을 다하여 초신성이 되어 우주로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또한 태양이 제2 세대의 별이란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지구에만 생명체가 살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햇빛과 대기 덕분이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평균 약 1억5천만㎞의 거리에 있다. 수성이나 금성처럼 태양에 너무 가까이 있다면 태양열을 많이 받는다. 금성의 온도는 지글거리는 프라이팬보다 더 뜨거운 섭씨 400도가 넘는다. 또 화성이나 목성처럼 멀리 떨어져 있으며 태양열을 적게 받는다. 만일 우리가 화성에 있다면 냉동실 속의 꽁꽁 얼어붙은 생선 꼴이 된다. 그런데 지구는 적당한 거리에 있어서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또한 그 크기도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매우 적합한 상태를 가지고 있다. 태양이나 목성처럼 부피가 클 경우에는 중력이 너무 세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럽고, 달과 같이 작을 경우에는 중력이 너무 작아서 공기와 같은 가벼운 물질들을 붙들어둘 수가 없어서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지구는 적당한 거리에 있어서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하여간 지구는 우리가 살아가기에 꼭 알맞은 크기이고 태양에서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이러한 현상을 우연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신기하고 정밀하게 이루어져 있다.

우주인 유진 서넌(Eugene Cernan)은"지구는 우주의 오아시스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는 우주 공간이라는 생명의 사막을 여행한 우주 비행사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우주 공간에는 생명의 흔적도 없고, 생명이 존재하는 곳은 자신들이 지금 타고 있는 우주선과 몇 십만km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작게 보이는 푸른 별 지구뿐이다.

지금 우주선이라는 공간과 푸른 별 지구에만 생명이 있고, 그 둘을 둘러싼 모든 것이 죽음의 공간이라는 상태에 놓여 있다.

자신과 지구를 연결하는 '생명이라는 유대'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생명에 대한 지구의 생명은 유일한 기반이다.

많은 우주 비행사들이 공통적으로 술회하는 점은 바로 '특별한 지구의 존재'이다. 지구 밖에서 지구를 바라본 이들에게 지구는 광대한 우주에 외로이 생명을 품고 있는 존재, 바로 그것이다. 지구 밖에서 국경선이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며, 넓은 우주에서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란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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