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미추 '삼국지ㆍ오' 중국 난징 공연

"마당놀이, 인터넷게임처럼 즐겁네요."

한국의 전통 연희 양식인 마당놀이가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수출돼 중국인들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았다.

중국 장쑤(江蘇)성 성도 난징(南京)은 전국시대 오(吳)나라가 도읍한 이래 중국 역사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고도.

25일 저녁 난징 외곽 신성시(新城市)광장 야외무대에서 난징 시민 2천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중국 최초의 마당놀이 '삼국지ㆍ오(三國志ㆍ吳)'가 펼쳐졌다.

이날 공연은 장쑤성 최고의 예술단체인 장쑤성연예집단이 한국의 마당놀이 전문극단 미추(대표 손진책)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제작, 시민들에게 무료로 선보였다.

'삼국지ㆍ오'는 2004년 미추가 초연한 마당놀이 '삼국지'를 오나라의 입장과 시각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것.

'삼국지' 대본을 쓴 배삼식 작가가 극본, 극단 미추의 손진책 대표가 연출을 맡은 것을 비롯해 스태프는 한국측이 전담하고, 출연진은 경쟁률 10대1의 치열한 오디션을 뚫은 장쑤성연예집단 소속 배우로 채워졌다.

광장극(廣場劇)이라는 명칭 하에 선보인 공연은 제갈량, 유비, 조조, 손권, 관우 등 전국시대를 호령하던 위, 촉, 오 삼국의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오의 첫 군주 손견이 옥새를 얻는 것에서 시작해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하는 장면, 제갈량의 지략으로 조조의 군대를 대파하는 적벽대전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지며, 권력을 향한 인간 군상의 다툼과 인생무상을 강조했다.

이날 무대는 마당놀이 특유의 해학과 신명, 화려한 무대와 역동적인 몸짓, 노래로 광장을 가득 메운 중국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손권이 아버지 손견이 옥새를 얻는 장면을 회상하는 대목에서 배우들이 슬로우 모션을 이용해 장면을 과거로 되돌리거나, 조조가 '따르릉' 울리는 전화기로 손권에게 핫라인을 연결해 파병을 요청하는 현대화된 장면에서는 국내 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또한 43명의 대규모 출연진이 만들어낸 장엄한 전투신이나 군무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탄성이 쏟아졌다.

이날 무대는 비록 마당놀이의 전형적 양식인 관객이 주위를 빙 둘러싸는 원형 무대가 아니라 1m 가량 단을 쌓아 만든 오페라 무대 형식이었지만 출연 배우가 때때로 객석 아래로 내려와 관객과 소통을 꾀하고, 관객은 주요 장면에서 추임새와 환호로 화답하는 등 마당놀이 특유의 상호 소통도 돋보였다.

30도가 훨씬 넘는 무더운 날씨 속에 야외 무대에서 몸을 칭칭 감는 의상을 입고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열연한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어린 아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나온 한 여성은 "경극 같은 중국 전통 공연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면서 "경극은 정해진 틀이 있는데 비해 광장극은 대사나 행동이 훨씬 자유롭고, 장면 전환도 빨라서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또 인민일보와 CCTV 등 중앙언론과 난징 지역언론 기자들이 대거 몰려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장쑤성연예집단유한공사의 장샤오셰(張少雪) 사장은 "한국 제작진이 중국 고전을 어떻게 보여줄 지를 주변에서 많이 궁금해했다"면서 "광장에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경쾌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 마당놀이의 매력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마당놀이라는 새로운 형식과 내용에 중국 관객들이 마치 인터넷 게임을 하듯이 즐거워한다.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만큼 상업적인 성공도 가능하리라 본다"면서 "가을에 베이징 공연을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이 작품으로 중국 전역을 돌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출을 맡은 손진책 대표는 "우리 전통의 마당놀이가 중국에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좋은 반응을 얻어 보람차고 뭉클하다"면서 "아직까지 뜸한 우리 공연의 중국 진출이 이번을 계기로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진책 연출은 향후 중국측 요청으로 '삼국지ㆍ촉', '삼국지ㆍ위'까지 제작해 삼국지 시리즈를 완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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