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실이 나쁜 여성이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남성 가족에 의해 살해당하는 이른바 '명예살인'이 흰두교 및 이슬람 인구가 많은 영국 런던에서도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런던 경찰청은 21일 런던의 서남 아시아 커뮤니티에서 지난 10년 간 18명의 여성이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가족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밖에 1993년부터 발생한 59건의 살인사건에 대해 명예살인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은 힌두교 또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흔히 이뤄지는 '중매결혼'을 중요한 명예살인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런던에서 이뤄진 중매결혼은 약 500건. 이틀에 한 번 꼴로 중매결혼이 성사되고 있다.

경찰청은 가족들이 골라준 배우자와 결혼을 거부하거나 백인 남자 등 다른 문화권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여성들이 주로 명예살인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14세 여자 아이가 함부로 남자를 사귄다는 이유로 가족들에 의해 자살을 강요당한 경우도 있다고 경찰청은 밝혔다.

명예살인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민 사회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들 서남아시아권 이민 사회에 소속된 16~24세 여성의 자살률은 백인사회에 비해 3배나 높다.

경찰청의 명예살인 담당관인 앤디 베이커는 "우리는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살인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심각한 가정폭력과 정신적 억압을 동반하는 명예살인은 여성 전체에 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2건의 극단적인 명예살인 사례를 공개했다.

런던에 살던 16세 쿠르드계 소녀 헤슈 요네스는 부억칼로 11번이나 찔려 잔인하게 살해됐다. 무슬림인 아버지는 레바논 출신의 기독교인과 사귄다는 이유로 딸을 무참하게 살해했다.

산짓 도산지(21)는 22살이나 나이가 많은 유대인 남자와 사귄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고용한 청부업자에 의해 살해됐다. 아버지는 14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영국 정부는 중매결혼과 관련한 분쟁이 명예살인의 주된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고 지난해 10월부터 중매결혼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지만 개인보다는 가족을 중시하는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여전히 중매결혼 관행이 중단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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