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시도 40대 영장

처지를 비관한 40대 남자가 출근길 지하철에 방화하려다 범행 직전에 승객의 신고로 검거되면서 지하철이 또 한번 아찔했던 위기에서 벗어났다.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세상에 대해 막연한 적개심을 가져오던 김모(47·무직)씨가 지하철에 오른 것은 21일 오전 7시쯤.

김씨는 관악구 봉천동 지하철 2호선 봉천역에서 낙성대 방면으로 운행하던 2039호 열차의 두번째 객차에 올라탄 뒤 곧바로 노약자석의 빈 자리에 앉았다.

지하철이 아무리 혼잡해도 노약자석만큼은 비워두는 것이 지하철 이용의 상식으로 정착된 이상 그의 행동은 금방 다른 승객들의 눈에 띄었다.

김씨는 이어 지하철이 출발한 뒤 자신이 매고 있던 검정색 가방에서 부탄가스통과 발화장치(토치)를 꺼내 둘을 결합한 뒤 불을 붙였다 껐다 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이를 지켜보던 승객 장모(57·아파트 설비과장)씨가 휴대전화로 지하철 사령실로 신고를 했다.

그러나 지하철은 이미 봉천역 다음역인 서울대입구역을 출발해 낙성대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신고전화를 접수한 지하철 사령실은 곧바로 기관사 황모(47)씨에게 연락을 취했고, 황씨는 낙성대역에 도착하자마자 운전석을 박차고 뛰어나와 두번째객차 안에 앉아있던 김씨를 붙잡아 경찰에 신병을 넘길 수 있었다.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신고전화를 한 승객 장씨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토치로 불꽃을 일으키는 행동을 반복하길래 깜짝 놀라 객차 안에 붙어있던 지하철 사령실 전화번호로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행히 노약자석 주변에 승객이 아무도 없고 이 남자가 의자 등에 불을 붙이기 전에 붙잡혀 큰 참사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서울대입구역에서 다음 역인 낙성대역까지 운행시간이채 1분이 안됐고 당시 김씨가 두번째 객차에 타고 있어 기관사가 신속한 조치를 취해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일을 미연에 막았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김씨 가방엔 부탄가스통이 3개 더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직업이 없고 사는 곳도 일정하지 않은 김씨가 ‘세상이 밉다’는 말을 반복하는 등 다소 횡설수설하고 있어 일단 자신의 처지를 비관, 범행한 것으로 보고 22일 현존전차 방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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