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우(대구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우리는 흔히 땀을 노력의 상징으로 표현한다. 힘들게 노력하여 성취할 때 흘린 땀은 참으로 향기롭고 고귀하며, 설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더라도 그 흘린 땀만으로써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흘리는 땀은 천대를 받기 일쑤다. 어린애의 경우 땀띠를 걱정하게 되며, 어른의 경우 몸이 끈적거려 불쾌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 행여 냄새를 풍기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도록 만든다. 사실 요즘은 사무실, 차량, 공공건물 등 왠만한 곳에서는 에어콘이 설치되어 있어 땀을 흘릴 일이 별로 없다. 땀이 나지 않은 상태를 '뽀송뽀송'하다고 하면서 쾌적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상징적인 측면에서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는 홀대를 받는 땀이 실제로는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평소에 의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은 항온동물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일정 범위내의 체온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정상체온에서 조금만 벗어나더라도 인체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정상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인체는 전도, 대류, 복사, 증발과 같은 기전을 통해 외부와 열을 교환한다. 요즘같은 여름철 특히 기온이 체온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의 혹서인 경우, 전도, 대류, 복사에 의해서는 몸에서 열이 바깥으로 잘 빠져나갈 수 없다. 이 결과 열이 축적되어 체온이 올라가고 급기야 열사병이 생겨 생명을 잃기도 한다. 이 때 유일하게 체열을 발산시켜 주는 기전으로 작동하는 것이 증발이고 이것은 바로 땀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운동을 하거나 더울 때 땀을 흘리는 것은 바로 우리 생명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현상인 것이다.

흔히 찜질방이나 사우나 같은 곳에서 땀을 흘리면서 몸에서 노폐물이 빠져나간다거나 체중이 준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땀의 일차적인 기능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몸에서 노폐물을 배설하는 것은 소변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땀을 흘림으로써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단지 탈수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땀을 흘리는 경우에는 반드시 물을 마셔 탈수를 막아야 한다. 이때는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물을 조금씩 마시는 것이 좋다. 갈증을 느낀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의 탈수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을 할 때 땀복이라 하여 땀의 증발을 일부러 억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체열이 축적되어 체온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병적으로 특정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와 같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진땀이나 식은땀 같이 곤혹스러운 상태에서 느끼게 되는 다른 종류의 땀도 있지만 날씨가 덥거나 운동을 할 때와 같이 정상적으로 흐르는 땀은 우리 생명의 수호신으로 소중하게 느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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