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웅경제부장

기자는 얼마전 본격 가동에 들어간 포스코의 스테인리스생산 중국현지법인 청도포항불수강의 활약과 지역업체의 중국내 기업환경을 취재하기위해 칭다오(靑島)를 다녀왔다.

청도포항불수강이 위치한 곳은 사방 허허벌판인데도 회사앞에 왕복 8차선의 대로가 잘 닦여 있었고 바로옆엔 이 공장을 위한 왕복 6차선도로가 시원스럽게 뚫려있었다.

당연히 도로가 먼저 개설되고 다음에 공장이 도로를 따라 들어섰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현지공장관계자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예상밖이다. “천만예요. 공장을 이곳에 짓겠다니 공장편의에 따라 칭다오시가 도로를 개설해준 겁니다”

또 그는 힘주어 말했다.”여긴 비리혐의로 구속되는 한국의 단체장과 다릅니다. 한국기업인이 나타나면 시장을 포함한 모든 시청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회를 마련합니다. 물론 한국어로 대다수 대화가 오갈 정도로 기업유치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칭다오로 외국 기업들이 몰려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칭다오는 ‘중국내 한국’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기업이 많다. 독일의 유산인 하이얼 과 칭다오맥주는 세계적 브랜드다. 변화가 심했던 중국에서 1세기이상을 경제도시로 성장해온 칭다오의 최대 강점은 ‘개방 마인드’다.

여기서 포항을 보자. 포항은 얼마전 현대중공업이라는 큰 고기를 포항 바닷가로 끌고오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기업유치 성공에 잔뜩 도취돼 있다.

그러나 알게모르게 떠나는 기업이 많다. 한국오리베스트등 공단내 4개기업이 지난한해동안 공단을 떠났고 그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공장뿐 아니라 대백쇼핑이 문을 닫고 기아자동차 동부본부는 아예 구미로 통합됐으며 공단내 한진그룹의 영남본부는 부산으로 흡수됐다. 이렇듯 요즘 소리없이 포항을 떠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인구는 포항시의 기대와는 달리 갈수록 줄어 50만명에 가까스로 턱걸이하고 있다.

이제 더 늦기전에 기업이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조성해 지역사회가 더 큰 열매를 수확하도록 진정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마리 물고기를 잡는 순간 네 마리 다섯 마리가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遇를 범치 않았으면 한다.

이제 자치단체가 요구하는 대기업의 지역협력 패턴도 달라져야 한다. 곶감 빼먹듯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손을 내미는 ‘구걸식협력’은 시대에 맞지 않고 시민정서도 이를 수긍하지 못한다. 뭉칫돈이 아닌 직원의 자원봉사활동 등 지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마음으로의 지원활동으로 그 방향이 바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사를 짓고 도로를 내는 것은 이제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선을 확실히 그어야 한다. 기업은 뭉칫돈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거시적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인적·물적자원을 지역을 위해 이용해야 할 책임이 있고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함은 물론 기업시민으로 이익의 사회환원 이라는 책무를 다하는 것이 기업과 지역이 상생하는 바람직한 일이다.

출장길에 오르기전 한 기업인이 한말이다. “지난해에는 10년만에 시장이 관리공단을 찾아왔는데 아직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행사있을 때마다 현수막 내걸어 달라고나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중국 칭다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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