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간 '시드니→스톡홀름→베를린' 강행군

'마린보이' 박태환(18.경기고)이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세계 정상을 노크한다.

박태환을 후원하고 있는 수영용품 전문 브랜드 스피도는 30일 "박태환이 11월에 열리는 2007 FINA 경영월드컵 시리즈 3개 대회에 출전한다"고 밝혔다.

FINA 경영월드컵 시리즈는 매년 열리는 쇼트코스(25m) 대회로 세계 각지를 돌며 진행되는데 올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10월19∼20일)에서 시작해, 싱가포르(27∼28일), 호주 시드니(11월2∼3일), 러시아 모스크바(9∼10일), 스웨덴 스톡홀름(13∼14일), 독일 베를린(17∼18일), 브라질 벨로오리존테(23∼25일)까지 일곱 군데에서 열린다.

이 가운데 박태환은 3차(시드니)와 5차(스톡홀름), 6차(베를린)까지 3개 대회에 나선다. 다음달 8일부터 광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참가하고 보름 가량 휴식을 취하다 30일께 호주로 출국할 예정이다.

도전 종목은 자유형 200m와 400m, 1,500m까지 3가지.

한 대회에서 이틀 동안 모든 종목이 다 치러지기 때문에 첫날은 200m와 400m를 뛰고 둘째날 1,500m를 헤엄치는 강행군을 16일 동안 3차례나 반복해야 한다.

그나마 훈련 파트너인 박영호(서울체고), 박찬희(경기고)도 함께 실전 레이스에 나설 예정이어서 외로움은 덜하겠지만 닷새마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대회를 치르고 나면 녹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힘든 여정을 택한 건 짧은 시간 내에 실전 감각을 익히는 동시에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쇼트코스 대회는 턴 회수가 정규코스(50m)의 2배여서 턴 기술을 연마하기 안성마춤인 데다 쉴 틈 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지구력도 다듬을 수 있다.

특히 박태환에게 경영월드컵 시리즈는 인연이 각별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되며 좌절했지만 같은해 11월 열린 호주 멜버른 대회 때 자유형 1,500m 은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2005년 초 베를린 대회와 스톡홀름 대회에서는 400m와 1,500m에 도전해 중위권을 맴돌았지만 그해 11월 시드니 대회 때는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 2개를 따냈고 200m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쇼트코스 장거리 일인자 자리를 굳혔다.

경영월드컵 각 종목 우승자에게는 1천500달러(약 137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는데 호주나 미국의 강자들은 대개 나오지 않지만 동유럽 선수들은 꾸준히 출전해왔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의 경쟁자는 유리 프릴루코프(러시아)나 마테우츠 쇼리모비츠(폴란드) 등이 될 전망이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하면 11월 중순. 박태환은 한 달 동안 국내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한 뒤 12월 중순 다시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손석배 스피도 마케팅 팀장은 "경영월드컵을 마치면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본격적으로 올림픽을 대비한 담금질에 들어간다.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베이징을 겨냥해 날씨가 따뜻하고 시차도 없는 호주 시드니가 현재로선 유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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