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명물 '과메기'가 제철을 맞았다. 흔히 포항 과메기하면 '구룡포 과메기'를 원조로 친다.

왜냐하면 구룡포 해안가가 과메기를 말리는데 최적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바닷 바람과 일조량 등이 할복한 꽁치를 말리는데 가장 적당하다는 것.

예로부터 과메기는 임금님께 진상될 만큼 그 맛과 영양이 풍부했다. 현재는 과메기의 재료였던 청어 대신 어획량이 많고 말리기 쉬운 꽁치로 바뀌었지만 그 맛만은 그대로인 듯하다.

요즘 구룡포는 과메기와 오징어 피데기가 지천이다. 해안가 덕장마다 할복한 꽁치와 오징어를 말리는 아낙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해안가 갯바위에 앉아 초겨울을 맞는 구룡포 포구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 이번 주말은 짠냄새 풍기는 구룡포로 차를 몰아보면 어떨까.

구룡포 과메기

포스코를 지나 호미곶으로 향하는 31번 해안도로를 달리면 올망졸망한 포구와 하얀 모래밭, 파도에 일렁이는 고깃배 등 여유로운 광경이 펼쳐져 있다. 거기다 겨울이면 구룡포 해안 곳곳에 과메기 덕장이 늘어서 진풍경을 연출한다.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구룡포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과메기와 관련된 일에 매달린다. 특히 12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는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그 시장 규모가 알만 하다. 덕장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집에 조금씩은 말린다고 한다.

울릉도가 오징어 말리기에 최적의 장소인 것처럼 구룡포는 과메기를 만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요즘은 밤과 낮의 온도가 영하 1~2도와 영상 5도를 오르내리는,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최적의 날씨다. 또 겨울철 북서풍과 영일만 해풍이 밤낮으로 불어와 맛있는 자연건조 과메기를 만든다. 오죽하면 타지역 과메기도 구룡포 산이라고 속여서 팔까.

과메기가 되기까지

과메기는 철저한(?) 분업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새벽 1시가 되면 꽁치 상자 가득한 작업장에 아낙네들이 모여 앉는다. 원양어선에서 잡아 얼려 놓은 꽁치를 해동하고 꽁치의 배를 가른다. 몇 번의 손질을 거쳐 포를 뜨는지도 중요하다. 상품의 질로 가격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창수산을 운영하는 김매화(50) 씨는 "두 번 손질하는 두배지기부터 네배지기까지 인건비가 다르다. 두배지기한 과메기는 가시가 많고 두께가 얇다"고 귀뜸한다.

예전에는 배를 가르지 않고 짚으로 엮어 '통마리'로 많이 말렸지만 지금은 손이 적게 가고 빨리 마르는 '배지기'로 하는 것이 대부분. 또 통마리는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추위에서만 마른단다.

포를 뜬 꽁치는 꼼꼼한 세척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비린내 없이 담백한 과메기로 탄생된다. 해수를 이용해 4~5차례의 세척과정이 필요하며, 마지막엔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한다.

세척한 꽁치를 서로 붙지 않게 덕장에 내건다. 덕장 그늘에서 2박 3일간 말리면 비로소 과메기가 된다. "손으로 훑어 만졌을 때 흰 살이 나오지 않아야 제대로 마른 것"이라고 가르쳐준다. 잘 마른 과메기는 껍질도 쉽게 벗겨진다. 이렇게 태를 갖춘 과메기는 보통 20마리씩 한두름으로 포장, 판매한다.

좋은 과메기의 조건

과메기는 붉은 색이 돌고 윤기가 흐르며 탄력이 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붉지 않고 초콜릿과 비슷한 색을 띄는 과메기는 자연풍으로 말리지 않았거나 재고원료를 썼기 때문이다.

말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선풍기나 난로를 동원하는 업자들도 있다. 추위 때문에 마르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계로 포를 뜨기도 하는데, 기계로 손질한 과메기는 살이 얇고 질이 떨어진다.

자고로 과메기는 가을에 잡힌 북태평양 꽁치로 만들어야 제 맛. 요즘은 대만과 일본에서 꽁치가 수입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창수산 김금진 사장은 "북태평양산이 한 상자에 63~65마리 정도 들어있는데 비해 대만산이나 일본산은 70~73마리다. 크기도 작지만 기름기가 적으며 말리면 검은 빛이 돈다"고 말한다. 갯수가 많고 가격이 훨씬 저렴해서 소비자를 속이는 업자들도 많다.

재고를 파는 곳도 있으니 주의할 것. 작년에 잡은 냉동꽁치로 과메기를 만드는 양심불량의 업자들도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효능 및 맛있게 먹으려면

과메기는 등 푸른 생선답게 고도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꽁치를 말리다보면 저절로 생기는 기름이 바로 몸에 좋은 고도불포화지방산. 기름이 듬뿍 배인 과메기라야 그 맛이 구수하다. 고도불포화지방산은 고혈압이나 심근경색,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 좋으며,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여성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다른 등 푸른 생선에 비해 미네랄과 비타민 함량도 높다. 심지어 원재료인 꽁치보다 영양이 풍부하다.

과메기의 최고 궁합은 단연 초고추장이다. 물미역, 쌈배추, 쪽파 등의 야채에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초고추장을 묻히면 소주 생각이 절로 난다. 김장김치와 먹는 것도 별미 중 별미. 비린내가 난다고 김에 싸먹으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요즘은 비린내를 줄이기 위해 오존살균하는 덕장도 있고, 녹차 등을 접목시킨 과메기도 있지만 진정한 '구룡포 과메기'라면 비린내 없이 고소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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