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승기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득표율의 절반, 절반의 절반을 조금 넘는 득표율로 국민의 외면을 받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정 전 장관 측근들은 "백의종군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고, 이 전 총재의 경우 충남 홍성·예산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여당의 대선후보임에도 불구 유권자의 4분의 1을 조금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고, 이 전 총재는 세 번이나 국민에게 외면받았음에도 불구, 재기를 꿈꾸고 있다.

정 전 장관 측은 "한동안 휴지기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몇 달 간 '조용히' 몸을 사리면서 26.2%의 득표율을 얻은 사실을 국민들이 잊어주길 원하는 듯 보인다.

이 전 총재도 "(총선 출마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주변의 출마 권유에 상당히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0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에게 일반 유권자 득표에서 앞서고도 선거인단 득표수에서 밀려 분패했다.

당시 플로리다 주에서 개표 문제가 발생해 재검표가 이뤄졌다.

투·개표 과정 중의 부정이 확인돼 선거 결과가 뒤집어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앨 고어 후보는 재검표를 중단시켰고, 조지 부시 후보의 당선을 판결내린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깨끗이 승복했다. 그리고 그는 정치판을 떠나 환경 전도사로 변신했다.

잇따르는 정계 복귀 유혹에도 불구하고, 그는 환경 전도사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해 결국 2007년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IPCC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멀리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8월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선거인단 득표에서 앞섰지만 여론조사 득표수에서 밀려 분패하자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선두에 나서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다. 지지자들의 출마 요구가 거세게 일었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두 명 모두 당장의 정치적 욕심이 아니라 대승적인 결단을 선택한 셈이다.

충무공(忠武公)은 臨戰訓(임전훈)에서 '필생즉사, 사즉필생(必生卽死, 死卽必生)'이라고 했다.

앨 고어와 박근혜가 '必死卽生'을 선택했다면, 정동영과 이회창은 '必生卽死'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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