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경(선린병원 여상건강센터장)

"엄마! 엄마 가슴에서 뭐가 만져지는 것 같아요." 어느 날, 연극배우 이주실씨에게 딸이 말했다. 병원을 찾았더니 유방암 3기라고 하였다. 담당 의사는 1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말했고, 그녀는 결국 한쪽 가슴을 도려냈다.

이혼하고 시한부 선고까지 받은 그녀는 수술과 항암 치료를 4년간이나 받았지만 잘 이겨 내고, 13년이 지난 지금, 거의 완치된 모습으로 연극, 영화, 심지어는 안방극장에까지 복귀하여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유방암의 시련을 겪은 또 다른 사람으로 멋진 목소리로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방송인 오미희씨를 들 수 있다. 그 역시 이혼과 유방암 선고를 동시에 당하고 참 모진 시련의 세월을 보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암 투병 중에도 라디오 DJ일을 그만두지 않았고, 암 환자들을 만나 오히려 격려했으며, 최근에는 영화까지도 찍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다.

세계적인 육상 스타 루드밀라 엔퀴스트는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과 1997년 그리스 아테네 세계 선수권 대회에 출전, 여자 100미터 허들에서 우승을 했다. 유방암 판정을 받고 오른쪽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는 중에 1999년 스페인 세계 선수권 대회 육상대회에 참가하여 최종 결선에 올라 3위로 입상했다. 당시 우승자 게일 디버느는 엔퀴스트에게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고 말하며 울었다. 그녀가 넘은 것은 허들이 아니라 유방암의 벽이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잉글리드 버그만, 가수 올리비아 뉴튼존, '이브의 모든 것'의 베티 데이비스,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인 낸시 레이건, 포드 대통령의 부인 베티 포드, 모두 유방암 환자였다. 하지만, 그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혹자는 봉사를 통해, 혹자는 자신의 일을 계속 하면서 그들의 삶을 아직도 살아가고 있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이들 보다 더한 삶의 시련들을 이겨가며 살아 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미 우리 나라는 여자 20명 중 한 명은 유방암을 진단 받고 있는 시대를 살아 가고 있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치료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유방암을 가지고도 더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더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일이다.

지난 2006년 연말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이 처럼 유방암을 이긴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또 유방암진단을 받은 분들에게 용기를 주기위해 유방암 환우를 위한 자조모임을 창립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유방암을 이긴 사람들.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더 힘껏 안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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