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기자

4·9 총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들 사이에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지역민에 대한 예의와 상식을 벗어난 몰염치한 태도에 유권자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한나라당 후보에 맞선 친박연대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를 벗어나 한나라당 박 전 대표를 찾아가 눈도장 찍는 희한한 광경도 연출됐다.

또 한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손을 붙잡으며 "참 살아남기 힘들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아무리 박 전 대표에 대한 충성심의 표현으로 이해하려해도 정도가 심하다.

선거가 종반으로 치닫자 한나라당, 친박연대, 무소속 후보 가릴 것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박 전 대표 지역구인 달성으로 몰려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소속 정당이 어딘지 헷갈릴 정도로 선거판이 혼란스럽다.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박근혜 마케팅'과 '박풍(朴風) 차단'이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서청원 친박연대 공동대표는 2일 경남 밀양 등지에서 "우리가 살아 돌아가서 박 전 대표를 돕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서 대표는 전날 대전에서 "친박연대는 5년 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정당"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 회원들은 전국 곳곳에서 한나라당 후보 떨어뜨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을 떠난 사람들이 한나라당원인 박 전 대표의 이름을 팔며 금배지를 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역설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작금의 정치현실을 유권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증폭시키지 않을지 우려된다.

지금까지 박 전 대표는 달성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채 본인 선거운동만 열심이다. 박 전 대표는 달성으로 내려오기 전 작심한 듯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親朴) 후보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는 격려발언으로 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정당이 출현하는 등 선거판이 정상 궤도를 벗어나고 있는데도 박 전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한나라당 수도권 후보 5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원 유세를 요청했고, 공천문제로 각을 세운 이방호 사무총장까지 자세를 낮추며 지원을 부탁했지만 묵묵부답이다.

2일 친박계 11명에게 당선을 기원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게 전부다. 심경의 변화일까. 5년 뒤를 노리는 박 전 대표가 당의 거듭된 요청을 거부한 채 총선 막판까지 '마이웨이'를 외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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