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완 설치전, 8월 17일까지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배정완 작 section 3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인 배정완의 설치전시 'Mary had a little lamb - 소리· 기억·빛'이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개최된다.

10일부터 8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난 해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로 선정돼 선보인 'In Memory of the Future' 에 이은 두 번째 개인전으로 건축, 음악, 과학, 철학을 아우르는 보기 드문 예술창작의 사례를 보여준다.

전시공간은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그 속에 소리와 빛으로 이루어진 전시를 위해 역사적 가치를 지닌 희귀 축음기 26대가 함께 전시된다. 1877년 8월 에디슨은 최초의 녹음을 시도했다. 그때 녹음한 내용은 '매리에게는 양 한 마리가 있다네 (Mary had a little lamb)'였다. 이 발명이 기술적 도약에 매우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배정완 작 section 5

배정완은 미술관의 공간 속에 축음기의 역사, 소리와 빛의 연속성, 나선형으로 상징되는 녹음기술의 기술적 모듈과 같은 요소들을 통합, 하나의 시각적 서사로 번역해 냈다. 이는 5개의 공간들 속에 순환적으로 시각화 된다.

'왜 양은 매리를 사랑하는가'란 부제를 붙인 첫 번째 공간에는 4개의 축음기가 스프레이로 착색된 종이들에 싸여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다. '소리의 탄생'을 다룬 두 번째 공간에서는 작은 사각형의 금속판들이 조금씩 회전하면서 이루는 거대한 벽의 스펙터클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공간 '나선형으로 돌리며'는 총 16개의 축음기 주위를 육면체의 투명한 구조들이 나선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기념비적 형태들로 채워져 있다. '꿈·생생하게'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네 번째 공간은 수직의 파동들이 완만한 파장을 이루며 긴 복도를 따라가게 된다. 마지막 다섯 번째 공간은 '검은 백조'. 여기서 백조는 커다랗고 긴 스피커를 지칭한다. 소리와 빛의 중첩으로 이루어지며 반투명의 스크린들이 흡사 물 위를 유영하는 백조들처럼 가로지른다.

배정완 작 section 2

다소 연극적인 무대, 건축적인 구조물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을 통해 배정완은 몇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나의 틀 속에 녹여낸다. '매리'라는 어린 여자아이와 양 그리고 백조가 등장하는 우화를 위한 무대이기도 한 이 공간은 축음기의 발명을 우리의 삶과 이어준 기술적 발전의 계기들을 나타낸다.

배정완은 2002년 뉴욕에서 Friih Design 창립했으며, 안동대학교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서울 진아건축에서 디자인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다. 개막일시:10일 오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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