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근 들어 미국의 대북한 비핵화 정책이 ‘빅딜’로 완전히 가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대중국, 북한에 대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군의 독단적 방어력 훈련도 가시화되고 있고 한국에 대한 혈맹의 관계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배려가 없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측이 앞으로 더 이상 북한의 비핵화 정책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줌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측에도 동맹의 관계를 분명하게 정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2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서울 미 대사관에서 미국의 대북한 비핵화 정책에 대한 입장을 우리 정부측에 분명하게 밝혔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마디 코멘트도 없이 조용하게 있던 해리스 대사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절충안인 ‘굿 이너프 딜’에 대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잘라 말하면서 앞으로의 미국 대북 비핵화 정책을 설명했다. 그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문재인 정부의 ‘굿 이너프 딜’을 모르겠다고 한 이면에는 백악관의 반대 입장을 우리 정부측에 분명하게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제재를 점차적으로 해제하면서 북한측의 비핵화 조치도 이에 맞추는 ‘스몰 딜’(단계적 해제) 방식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그동안 미국측에 내어놓은 이 절충안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 됐다.

이제 문 대통령은 더 이상 대북 비핵화 절충안인 ‘스몰 딜’을 끄집어 낼 수가 없게 됐다. 이날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앞으로 ‘스몰 딜’ 같은 북한이 요구하는 안과 같은 중재안으로 백악관과 거래를 해오지 말라는 뜻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해리스 대사는 “ 지난 11일 워싱턴에서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의 길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에 달렸다는 점에 동의했었다”고 강조했다. 이 쐐기 발언은 앞으로 한국 정부는 ‘스몰 딜’같은 발언을 하지 말고 미국과 공조를 이뤄 미측의 비핵화 정책인 ‘빅 딜’로 공동보조를 맞춰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미 8군사령부가 있는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사드 전개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주한 미군측은 “지난 15~20일 사이 사드 운용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훈련을 캠프 험프리스에서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군측은 “이 훈련은 전시 등 급박한 상황을 대비해 탄을 신속, 정확하게 갈아 끼우는 숙지훈련”이라고 했다. 실제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가 설치된 성주가 아닌 평택기지에서 훈련이 실시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미 8군측이 올린 페이스북 사진에는 미군 장병들이 사드용 탄을 발사대로 옮기는 장면과 사드 발사대에 미사일 발사관이 탑재된 모습 등이 담겨져 있다. 미국은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하와이 해안경비대 소속 버솔프함을 한반도에 파견하는 등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시점에서 미 국무부는 다음달 2일로 만료되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조치를 인정해준 한국에 대해 더 이상 예외조치의 연장이 없다고 발표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핵 확산 방지를 위해 한국도 예외일 수가 없다”며 “이란이 북한과 같은 핵 능력을 갖게 할 순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서 한국과 협력해 왔다”며 “앞으로 한국이 미국의 이란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바라며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핵 비확산과 미사일 확산에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한반도를 둘러싼 비핵화 이슈가 냉전의 상태로 회귀하는 듯한 상황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 온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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