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기간 김정은 근거리서 보좌…리용호보다 상석 최선희 눈길

24일 오후(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북한 인사들이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임천일 외무성 부상, 리용호 외무상. 연합
북한 외무성이 대미협상 창구역할을 되찾았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26일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차에 탄 모습이 포착됐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미외교와 비핵화 협상의 중심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도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함대사령부에 있는 전몰용사 추모 시설인 ‘꺼지지 않는 불꽃’에서 헌화했다.

전용차를 타고 온 김 위원장은 상석인 오른쪽 뒷좌석에서 내렸다. 동시에 리 외무상이 전용차 조수석에서, 최 제1부상이 김 위원장 옆자리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이 김 위원장과 전용차에 함께 탄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북한 간부가 전용차에 동승하는 사례는 그 자체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러 기간 여러 번 관측된, 외무성 투톱을 향한 김 위원장의 신뢰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장면이다.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은 전날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확대회담에서도 북측 배석자로 유일하게 참석했다.

당시 러시아 측에서 10명의 외교·경제 핵심 관료들이 총출동한 것에 비해 북측에서는 두 사람만 참석해 이 둘의 달라진 무게감을 체감케 했다.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은 두 정상 간의 마지막 공식일정인 만찬 연회에서도 김 위원장과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았다.

이 둘이 러시아 방문 기간 계속 김 위원장을 바로 옆에서 보좌했다는 사실은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대미외교와 비핵화 협상 업무가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통전부장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지지만, 외무성 투톱은 최근 주요 일정 때마다 김 위원장 옆을 지키고 있다.

앞서 김정일 정권에서도 외무성이 핵 협상을 전담했고, 당시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은 대미 협상의 핵심 실무자들이었다.

일각에서는 추모 시설로 이동할 때 최 제1부상이 상관인 리 외무상보다 상석인 운전석 뒷자리에 앉은 것을 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더 큰 신임을 받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헌화를 마치고 다시 이동할 때에는 최 제1부상이 김 위원장 바로 왼쪽, 리 외무상이 최 제1부상 왼쪽에 나란히 앉았다.

고위층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에도 차량 의전이 있는데 최선희에게 옆에 타라고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김 위원장뿐”이라며 “나중에는 두 사람 모두 뒤에 앉은 것을 보면 차량 자리만으로 누가 더 실세라고 판단할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아마 실무적으로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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