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면 곰탕을, 심심하면 영화를…전통시장서 즐기는 '오감만족' 행복

영천공설시장 입구.

영천은 금호강이 지나가는 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어 농업이 특히나 발달한 도시이고 내륙에서 동해안과 남쪽 지방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종 농산물과 수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하여 예로부터 시장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55년에 시작된 영천 시장은 현재 약 3,588평의 부지에 280개의 점포가 성업 중에 있다.

영천공설시장은 상설시장이다. 하지만 2일, 7일 오일장도 병행하는데 그날에 맞추어 방문하면 더욱 북적이고 풍성한 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하루 평균 5000명, 장날에는 2만여 명이 이곳을 찾고 있으니 그 규모 또한 크다.

 

영천공설시장 전경.

시장은 잘 정비가 되어 있다. 거의 정확하게 직사각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긴 쪽 140m 짧은 쪽 100m 정도라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은 전체가 상가건물형으로 되어 있어 비가 와도 장을 보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2층은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주차 후 시장 접근성도 높다. 약 230여 대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의 운영은 아주 멋지다. 보통 다른 곳은 시간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종량제인데 이곳은 1시간 미만에 500원, 1시간을 초과해도 1,000원밖에 되지 않는 파격적인 금액이다. 시장 내 주차장이 다소 복잡하여 주차가 번거롭다면 시장에서 약 300m 떨어진 영동교 부근 강변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해도 좋다.

 

길 옆 노점들.

시장은 크게 5개의 구역(지구)로 나뉘어 있다. 곡물전 등이 있는 1지구와 곰탕골목을 포함한 2지구, 건어물과 각종 음식점이 들어서 있는 3지구와 의류상 등이 있는 4지구 그리고 어물전 지구가 있다. 어느 정도 비슷한 업종끼리 모여 있긴 해도 구역은 골목과 블록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라 업종별 구분에 큰 의미는 없는듯하다.

 

어물전 골목.

각 지역의 시장마다 특화된 먹거리들이 있는데, 영천의 대표 먹거리는 돔배기와 소머리 곰탕임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동해안 바닷가와 내륙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했을 이곳에서 수산물과 축산물 등의 가공, 그리고 관련 식품이 발달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물전 골목에는 각종 수산물과 돔배기를 판매하는 곳이 많이 모여 있다. 영천의 시그니처 상품인 만큼 전국 유통량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약 500여 톤이 이 곳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돔배기

다른 지역에서는 낯설지도 모르는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토막 내어 소금에 절인 것이다. 영천 지역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상에 올리는 필수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패방지를 위해 염장을 하기 때문에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소금 맛밖에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옛날과 달리 유통 채널이 발달하여 충분히 소금양을 줄여서 먹기에 좋다. 돔배기는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서 다이어트에도 좋은 음식이라고 하며 오장육부를 건강하게 만드는 효능도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우시장이 발달해왔던 영천에는 소고기 관련 음식점들이 많고 몇 군데는 이미 전국적으로 이름을 올려둔 곳도 있다. 영천 시장 내에도 소머리 국밥 골목이 별도로 있으며 영천시장 방문자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곰탕 골목.

곰탕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집이 바로 포항할매집이다. 그 골목의 곰탕집들이 모두 맛있겠지만 가장 많이 방송을 타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1950년에 오픈하여 3대 60년의 전통을 이어온 포항할매집은 농림식품부 선정 ‘오래된 한식당 100선’에 소개된 적도 있으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기가 푸짐하고 신선하여 장날이 되면 어김없이 줄을 서야 하는 영천 대표 맛집이다.

 

포항 할매집 곰탕.

흔히들 말하는 영천의 3대 맛집이 있는데 편대장 영화식당, 삼송꾼만두 그리고 이곳 포항할매집이다. 누가 딱히 정해준 것은 아니지만 영천을 찾는 방문객들은 꼭 찾아가는 곳이다. 실제로 모 포털 사이트에서 ‘영천 맛집’으로 검색하면 저 세 집이 나란히 1, 2, 3위에 랭크되어 있다.

 

별빛영화관.

영천공설시장에는 다른 시장에는 없는 멋진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시장 내에 영화관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별빛영화관’은 지난 2017년에 전국 최초로 재래시장 내에 개관한 영화관으로서 76석 규모의 1개관만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신영화를 모두 섭렵하고 있으며 3D 영화까지 개봉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 관람료도 6,000원으로 저렴하다. 오래전 ‘호돌이 극장’, ‘아카데미 극장’ 등을 추억하는 어른들이 이제 아이들을 데리고 별빛 영화관으로 향하고 있다.

 

영원한 스타 고 신성일 포스터.

영화관의 한쪽에는 영화계의 큰 별이었던 배우 고(故) 신성일을 기리고 있다. 작년 11월에 타계한 고인은 이곳 영천 출생이다. 영천시 괴연동 채약산 아래의 자택에서 말년을 보냈고 영천에 묻혔다. 영화계의 대부이자 큰 별이었던 그의 고향에 ‘별빛 영화관’이 들어선 것은 우연만은 아닐듯하다.

 

별빛 야시장 개장.

지난 3월에 영천공설시장은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를 했다. 바로 별빛 야시장이 개장을 한 것이다. 재래시장은 낮에는 시끌벅적하지만 저녁이 되면 어둡고 한산한 분위기가 되어버리곤 했다. 시장의 밤을 밝히고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야시장의 개장은 전국적인 유행이기도 하다. 별빛 야시장은 시장의 중앙통로에 매주 월~토요일 저녁 6시에서 11시까지 운영을 한다. 점포의 수는 아직 10개도 채 되지 않아 규모는 작지만 계속 모집을 하고 있으며 점차 활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매주 금요일에는 각종 공연들을 진행하고 있어 먹거리와 문화를 접목한 복합 문화 솔루션의 장이 되고 있다. 공연은 재능기부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받고 있어 지역 문화인들이 재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기도 한다. 어릴 적 영천 강변에서 가끔씩 열리던 야시장이 생각난다. 부모님 손을 잡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온갖 신기한 것들이 많았던 야시장이었다. 시대가 흘러 그때의 야시장과는 그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히는 공설시장은 밤늦게까지 시끌벅적 분위기를 잇고 있다.

 

장바구니 배송서비스.

시장에서는 장바구니 배송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장을 본 후 무거운 장바구니를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로서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천 공설시장은 여러모로 모범적인 전통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 재래시장이 나아가야 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주차비용에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영화관을 유치하여 복합 문화 콘텐츠를 함께 소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야시장을 개장하고 각종 공연 등을 유치하는 등 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영천공설시장은 지역 시장으로서의 역할 그 이상을 할 것이고 영천의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재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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