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행사로 자리매김한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
법요식·정치인 축사 길어져 지친 참가들 먼저 날리기도
불교행사와 분리 의견 대두…시, 식순축소 등 검토하기로

기 2563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27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야구장에서 ‘2019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가 열렸다. 관등놀이가 끝난 야구장에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가득차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기 2563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27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야구장에서 ‘2019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가 열렸다. 관등놀이가 끝난 야구장에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가득차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구불교총연합회가 주관하는 달구벌 관등놀이 축제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소원풍등날리기’ 행사를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국적으로 인파가 몰리는 지역 행사로 자리매김하면서 불교행사와 무관한 참가자들이 대다수라는 것이 이유다.

게다가 올해는 법요식 식순에 따라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다리다 지친 참가자들이 풍등이 먼저 하늘로 날려 보내는 등 행사에 차질이 빚어져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27일 ‘2019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이하 관등축제) 행사가 두류공원 야구장에서 개최됐다.

풍등을 날리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입장해 본 행사인 법요식이 시작되는 7시까지 대기했다.

하지만, 풍등을 날리기로 예정된 오후 8시가 되도록 공식적으로 행사가 진행되지 않자 시민들 사이에서 야유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의 축사에서도 참가자들의 야유는 이어졌다. 이어 각각 축사를 하려던 자유한국당 주호영(수성구을)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수성구갑), 홍의락(북구을) 의원이 함께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을 진정시켰지만, 오랫동안 기다린 참가자들은 하나 둘 하늘로 풍등을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풍등이 날아오르자 주최 측에선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예정된 식순보다 빠르게 3000여 개 풍등이 하늘로 향했기 때문이다.

행사장을 찾은 김모씨(42·진천동)는 “풍등 날리기는 매우 감동적인 장면이었지만, 불교의식 행사와 축사가 길어 기다리기 힘들었다”며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풍등 날리기 행사만 따로 분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7일 열린 대구 달구벌 관등놀이 행사에서 ‘소원풍등날리기’ 순서를 기다리다 지친 참가자들이 먼저 하늘로 풍등을 날려 보내고 있다. 박영제 yj56@kyongbuk.com

이날 행사장을 찾은 조모씨(33·노곡동)는 “불교 행사인 것을 알고 있어 4∼5시간 동안 앞 식순을 기다렸지만, 먼저 입장해서 기다리는 참가자들은 힘든 부분이 있다”며 “따로 분리해서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애초 불교행사로 시작된 만큼, 풍등 날리기를 행사에서 따로 분리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행사 식순을 줄이는 등 참가자들의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의사를 내비쳤다.

대구시 관계자는 “풍등을 날리기 위해 오래 기다린 시민들의 불만을 인지했다”며 “다음 행사부터는 참가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도록 지역 정치인을 비롯해 경찰, 소방당국 관계자 등의 축사일정을 조정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관등놀이축제 주 행사인 법요식은 불교에서 연등을 켜 공양하는 불교 의식에서 시작됐다. 신라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전통의식으로 2012년 무형문화재 122호로 지정됐고, 같은 해 대구에선 대구불교총연합회에서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라는 명칭을 이용해 해당 행사를 진행해왔다.

전재용 기자, 조한윤 수습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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