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미국 행정부 북핵 매파들의 김정은에 대한 비핵화 압박이 갈수록 강도를 높이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경제적인 압박을 지속적으로 적용해 감으로써 북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앞으로 더 이상 ‘단계적 비핵화’라는 용어는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28일(현지시각) 폭스뉴스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북·러 정상회담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협상의 다자적 접근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 그 것은 미국이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가 비핵화 회담에 개입해 대북제재 망이 흔들리는 것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뜻하는 6자회담은 과거에 실패를 한 회담 방식으로 백악관으로서는 오래전에 용도폐기 한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북-러회담은 김정은의 입장으로서는 성과를 거둔 회담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해외 언론들의 평가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입장이 같다고 말해 사전에 미국 측과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김정은은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미국의 경제제재 압박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그나마 두 대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은 하노이회담 이후 자신의 권력이 건재하다는 걸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시험 발사하고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안보보좌관을 회담 파트너로서는 부적격하다는 등의 비난을 하면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총괄한 권력서열 2위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전격 교체한 후 러시아로 달려가 푸틴 대통령까지 만났다. 그러나 결과는 이렇다 할 성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이제 그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제제재 압박으로 북한의 목줄인 중국 수출이 지난해 2억1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88%나 곤두박질쳤다. 그나마 2018년에는 남북, 북미, 북중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려 “유엔의 경제 제재가 곧 풀릴 것”이란 기대 심리가 있었으나 지난번 북·미 하노이회담이 실패로 돌아감으로 인해 북한 경제는 지금 뿌리째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9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농사철을 앞두고 “국가 제일주의 기치를 더 높이 들기 위해서는 결정적으로 쌀이 많아야 한다”며 “쌀이 금보다 귀하다”며 농민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미국의 경제 제재를 견디기 위해 김정은이 최근 잇따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이 지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벌인 ‘고남의 행진’때 100만 명이 아사한 사실도 무시한 채 북한 주민들에게 또 고난의 행진을 독려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 훤하게 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경제제재로 이미 북한은 굉장히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히며 “1년쯤 뒤에 알게 될테니 두고 보자”는 느긋한 입장이다. 트럼프는 거래의 달인답게 상대의 목을 조르면서도 “나와 김정은과의 관계는 아주 좋다”는 달콤한 멘트로 퇴로까지 차단해 버리는 고도의 압박전술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갔다. 김정은이 하노이 정상회담 때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정도의 안(案)만 내어놓아도 트럼프가 덥썩 경제제재를 전면 해제해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의외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반전(反轉)의 강공 카드에 하노이회담이 결렬됨으로 인해 김정은의 비핵화 해법이 딜레마에 빠졌다. 김정은으로서는 미 대선 운동이 시작되는 연말까지는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든지 풀어나가야 할 급박한 상황에 처했다. 하노이 회담 때 회담 결렬에 대비한 ‘플랜 B’조차 마련하지 않고 ‘협상의 달인’ 트럼프를 우습게 여긴 결과가 김정은으로서는 뼈아픈 실책을 한 셈이 됐다. 이제 ‘인민’들을 굶어 죽게 할 것인지 아니면 ‘최고 존엄’의 체제 유지용 핵을 없앨 것인지의 결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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