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8 열병식 때 공개…사거리 200여㎞로 실전운용 능력 입증
軍 "작년 열병식 무기체계와 외형 유사…미사일 여부 추가분석 필요"

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에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중 하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전날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보도하면서 화염을 내뿜는 관련 무기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북한이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로 지칭한 300㎜ 신형 방사포와 240㎜ 방사포가 동원됐다. 다른 사진에는 전술유도무기로 언급된 단거리 미사일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이 담겼다.

북한이 전날 강원도 원산의 호도반도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는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로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날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중 하나를 ‘신형 전술유도무기’로 평가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 전술유도무기가) 작년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 공개된 무기체계와 외형이 유사하다”면서도 “그러나 이 무기체계가 처음 발사됐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인지는)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북한판 이스칸데르’ 작년 공개 후 첫 실전 능력 입증

북한이 발사한 전술유도무기는 작년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했다. 차량과 탑재된 미사일이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닮아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지칭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전날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 발사했는데 최대 240여㎞를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열병식에 공개된 후 첫 공개 발사에서 실전 운용 능력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당시 오전 9시 6분경부터 9시 27분경까지 방사포를 발사했고, 추가로 이 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군 관계자들은 이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보면서 사실상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며 비행거리가 최대 300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체연료 용량에 따라 사거리는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군사분계선(MDL) 근처에서 쏠 경우 중부권 이남까지도 타격권에 들어간다.

특히 이 미사일의 성능은 러시아가 2006년 실전 배치한 이스칸데르 지대지 미사일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칸데르는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후 수평비행을 하고, 이후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인다. 전술적 측면에서 유용하게 동원될 수 있는 미사일로 꼽힌다. 최대 사거리 40여㎞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는 요격하기 어려운 미사일이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1발은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고, 또 1발은 크루즈(순항) 미사일처럼 수면 위를 수평으로 비행해 목표물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 방식으로도 비행할 수 있는 무기체계임을 말해준다. 이 비행방식이면 함정에 탑재된 근접방어체계(CIWS)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크루즈는 함정을 타격할 수 있는 비행방식이어서 유사시 증원전력으로 동·서해에 접근하는 미국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 함정의 발목을 일정 해상구역에 붙잡아둘 수 있는 무기체계로 꼽힌다.

TEL에 탑재되어 어디로든 기동성 있게 움직일 수 있고, 고체연료를 사용해 연료 주입시간도 필요 없다. MDL 근처에서 쏘면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 전역을 타격권에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제원과 성능을 유추해 보면 사거리는 아주 짧은 50∼60㎞에서 500㎞까지 가능해 우리 한반도 전역이 범위에 포함된다”면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이면서도 다양한 비행궤도와 최종단계에 진입 각도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유도가 가능해 사드(THAAD) 등 미사일 방어체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전술유도무기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보면 탄두의 무게가 500㎏ 이상으로 핵탄두 탑재도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미사일은 과거 열병식 때 나온 것으로, 2개짜리를 묶어놓은 것이다. 모양은 이스칸데르처럼 보인다”면서 “탄두가 수평 이동을 하거나 떨어지면서 다시 기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방어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 합참, ‘단거리 미사일’ 수정 오판했나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이후 처음에는 단거리 미사일로 발표했다가 40여분 뒤에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다. 북한의 공개를 놓고 보면 합참이 결과적으로 오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와 합참은 전날 단거리 발사체에 미사일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확한 기종은 추가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북한 국방과학원 야외 실험장에서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발사됐을 때도 정확한 기종 분석을 내놓지 않다가 다음날 “지상전투용 유도무기로 평가하고 있고, 탄도미사일로 보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의 이런 태도는 2014년 8월 14일 상황과도 비교된다.

북한은 원산 일대에서 오전과 오후에 방사포와 전술유도미사일을 혼합해 발사했고, 합참은 발사체 5발이 동해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다음날 추가 파악을 통해 300㎜ 방사포와 전술유도미사일을 혼합해서 발사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합참이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몇 발을 쐈는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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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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