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 동생네 우리 식구가 모여
어머니 수의를
좋은 삼베로 미리 장만하자 상의하였다.

다소 시적인 어머니 그 말씀 듣고는
그 정성 다 알지만
세상이 다 수읜데 그럴 필요 없단다.

아침 새소리도 수의였고
어젯밤 아버지가 다녀가신 어머니의 꿈이 수의였고
그까짓 죽은 몸이 입고 가는 옷 한 벌보다
헐벗은 마음이 곱게 입고 가는
세상의 아름다운 기억 한 벌이
세상 그 어떤 수의보다 더 좋은 수의라며
여유가 있다면 마당에 꽃이나 더 심으라고 하셨다.

그 말씀 후 어머니 잠든 머리 곁 여름 마당에
수국 꽃 환한 수의가 철마다 곱게 놓여있다.




<감상> 왜 자식들은 생전에 좋은 옷 한 벌 해드리지 못하고, 수의만을 고집했을까요. 자식들은 좋은 삼베로 수의를 장만하자고 해도 어머니는 듣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참으로 꽃을 좋아하였으므로 꽃이 수의였는지도 모릅니다. 어머니께서 입을 수의는 꽃과 새소리와 구름과 아버지 꿈이고,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들입니다. 어머니는 호강 한 번 받지 못하고, 헐벗은 마음으로 아름다운 기억 한 벌이라도 지니고 떠났을까요. 암수술 없는 커다란 ‘헛꽃’같이 허망하게 떠나신 어머니, 내일 어버이날인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릴 수 없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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