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없는 수풀 속에 우리 어머니 혼자 주무시다가 무
서워 잠을 깨도 내 단잠 깨울까봐 소리 없이 발만 구르시
다가, 놀라 깨어보니 어머니는 건넌방에 계셨다

어머니, 어찌하여 한 사람은 무덤 안에 있고 또 한 사
람은 무덤 밖에 있습니까





<감상> 어머니는 저승에서도 자식 걱정에 잠 못 이루는 걸까요. 꿈인지 생시인지 어머니는 아직 건넌방에 있어요. 어느 날 제 꿈에 어머니가 다녀가셨는데, 초라한 무덤이 아닌 왕릉 안에 계셨어요. 고생만 하신 어머니께 자식은 꿈속에라도 왕후의 옷을 입혀드리고 싶었어요. 어머니는 신라 복식에 왕후의 관을 썼고 달린 곡옥은 초승달처럼 잘 흔들렸어요. 천마총인 듯 말다래를 한 땀씩 깁는 바느질 솜씨는 여전했고요. 어머니는 말다래 속의 천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었을 겁니다. 결국 꿈이었고 어머니의 방에는 초라한 옷 한 벌이 못에 걸려 있었어요.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