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포항시와 블루밸리 국가산단 용지 매입 등 상생협력 협약 체결
최근 포항시에 "침상코크스 가격 하락으로 신규투자 쉽지 않다" 통보
시와 상생협약중 제대로 진행되는 사업 미미…책임 떠 넘기기 급급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가 지난해 4월 포항시·포항시의회와 상생협력협약 체결했지만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서울 숲 청소년 창의마당’투자 반발을 막기 위한 입막음용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29일 서울시와 서울 성동구청과 함께 서울숲 청소년 창의마당 투자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월 4일 포스코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청소년 창의마당’을 건립해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실이 포항지역에 알려지자 52만 시민들은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맞아 모든 시민들이 하나같이 축하를 보냈는데 포항시와 포항시민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성장한 포스코는 포항을 버리고 서울을 택했다”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포항시의회도 같은 달 19일 포스코의 서울숲 창의마당 투자계획과 관련 “포항시와 상생협력을 강조해 온 포스코의 행태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포스코는 글로벌 기업이기 이전에 포항에 뿌리를 둔 향토기업으로 지역민의 희생을 잊지 말고 진짜 지역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하는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는 이처럼 부정적 여론이 비등하자 같은 해 5월 2일 포항시·포항시의회와 함께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이 협약식에 참석한 장인화 포스코 사장은 포항블루밸리 국가산단 산업용지 매입 등 상생협력 강화 6개 조항에 담긴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 양해각서에는 블루밸리 국가산단 용지매입을 비롯 △바이오 신소재 등 미래 신성장산업 적극 추진 △흥해 특별재난 재생지역 재건축사업 적극 참여 △대규모 설비 투자 △2022년까지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개선사업 추진 △재난 극복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적극 동참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협약을 체결한 뒤 권오준 전 회장이 갑작스레 사임하고, 최정우 회장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변수가 생겨났다.

신임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11월 6일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상생협약 속에 포괄적으로 제시한 대규모 투자계획 등과 관련 일부 구체적인 세부사업계획까지 밝히면서 적어도 올해부터는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개혁과제 중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던 포스코케미칼 침상코크스공장 및 음극재 생산공장 포항투자, 포항·광양지역 벤처밸리 조성 및 벤처기업 육성사업 중 침상코크스공장 투자계획이 갑자기 보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약 7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됐던 침상코크스공장은 지난해 최정우 회장이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 중 단일사업으로는 포항지역 최대규모여서 경제 유발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됐던 데다 공장신설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만만찮아 포항시의 최대 관심사였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최정우 회장 간 면담에서 투자계획을 밝힌 데 이어 올 2월 포항시와의 상생발전 간담회에서도 이를 재확인했었다.

그런 포스코가 불과 2개월 여 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 2일 갑자기 ‘침상코크스 가격이 t당 3800달러에서 2000달러 이하로 반토막 났다는 것’을 이유로 포항 침상코크스공장 신축을 당장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는 뜻을 포항시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지난 2일 포항시를 방문해 침상코크스 가격이 반 토막 나 대규모 투자를 할 여건이 되지 못해 투자를 보류해야 할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이 포항 신규투자보다는 기존 침상코크스공장이 있는 광양지역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포스코가 포항시민을 기만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포스코케미칼은 포항침상코크스공장 설립을 보류하는 한편 광양 침상코크스공장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인지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처럼 포항침상코크스공장 설립 보류문제가 논란이 되자 그동안 투자계획을 집중적으로 밝혀왔던 포스코는 ‘포스코케미칼이 사업주체여서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며 포스코케미칼에 책임을 넘긴 반면 포스코케미칼 역시 ‘침상코크스 가격 하락으로 인해 신규투자가 쉽지 않다는 것만 알 뿐’이라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포스코는 침상코크스 공장 외에도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3년까지 45조 투자·2만명 고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00대 개혁과제 중 포항·광양지역 벤처밸리 조성 및 벤처기업 지원사업을 포함시켰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오는 6월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은 안건으로 채택될지조차 미지수다.

또 상생협약 6개항 중의 하나인 블루밸리산업단지 용지매입 역시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협의 단계에 있을 뿐 눈에 드러나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와 관련 포스코케미칼-OCI간 화학분야 투자협약 추진, 포스코케미칼 통합연구소 설립, 음극재 공장 설립 등 1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포스코가 취해온 행태를 보면 이마저도 믿기가 쉽지 않게 됐다.

이외에 서울숲 청소년 창의마당이 논란이 된 뒤 밝힌 폐교한 포철서초등교를 활용한 창의마당 설립 추진계획 역시 유야무야인 상태다.

반면 포스코교육재단 공립화를 추진하다 지역 반발과 교육제도 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최근 보류키로 하는 등 창립 50주년을 맞아 상생협력을 강화하겠다던 포스코의 비전이 허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이와 관련 “포항시와 체결한 상생협약은 유효하며, 현재 이를 이행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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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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