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민 공감 필요" 여야대표 회동 제안…美·北 의중도 고려 요인

북한이 9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면서 막 ‘첫발’을 뗀 정부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검토도 쉽지 않은 환경을 만났다는 평가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통일부가 한미 정상의 통화를 거쳐 대북 식량지원 추진 방침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이다.

북한은 지난 4일에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와 240㎜ 방사포, 300㎜ 대구경 방사포를 발사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흘 후 통화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가 식량 지원의 구체적 방식과 시기, 규모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자마자 북한은 또다시 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쏘며 강경 태도로 나온 것이다.

닷새 만에 다시금 이뤄진 북한의 ‘무력시위’는 대북 식량지원을 둘러싼 국내외의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은 기본 취지상 다른 사안과 연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정부 내 대체적 기류이지만, 대북 여론이 악화하면 추진을 위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도 일단은 식량지원에 대한 여론 추이를 주시하면서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 4시간여 뒤 진행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식량 지원에 대해서 한미 간에 합의한 것이 발사 이전인데, 그 이후 또다시 발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선 국민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 사이에 충분히 논의도 필요하다 생각한다”며 이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동을 제안했다. 야권이 식량지원을 반대한다면 직접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비축하는 재고미가 국내 수요를 훨씬 넘어서서 해마다 보관 비용만 6천억원 정도 소요되는 실정”이라며 직접 지원방식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도 했지만, 국내 공감대 형성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

당장 10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한국 당국자들의 회동에서 가시화할 미국의 반응도 변수다.

다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간) 방송 출연에서 북한 발사체에 대해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며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과 미국 모두 이번 발사체가 지난 4일과 같은 단거리 기종이고, 탄도미사일 여부 등 성격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혜자’인 북한이 식량지원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남측의 시도에 군사적 제스처로 응답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전날 밤 외무성 대변인과 남북 장성급회담 대표단 대변인의 언론 문답에서 전술유도무기 발사와 관련한 외부 비판을 반박하며 한미 군사훈련, 미국의 ICBM 시험발사를 문제 삼았다.

북미협상에서 남측의 역할, 한미의 군사 태세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식량지원보다 ‘근본적인 문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우회적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미 정상 통화에서 식량 지원 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 이런 경제문제가 근본 문제가 아니라는 걸 강하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정부도 북한의 발사 의도를 분석하면서 향후 필요하다면 북한에 식량지원 타진 방식과 시점 등을 조심스럽게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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