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1년 6개월의 꿈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한반도 긴장의 처음이자 끝인 북한의 도발이 재개되었다. 2017년 11월 화성 15형 발사 후 대화가 시작되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중단되었다. 그러나 2019년 5월 4일과 9일 북한은 3발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다. 한미 당국은 5월 13일 현재 불상의 발사체, 단거리 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으로 호칭하면서 정확한 판단을 보류하고 있지만 북한이 보란 듯이 공개한 자료를 통해 KN-21로 명명한 러시아 기술 기반의 ‘이스칸데르’ 급 미사일임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를 ‘일상적인 것‘으로 치부하였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KN-21은 단순한 재래식 전력의 발전이 아닌 북한 핵전력의 획기적 진보이다. 우선 한반도 전역을 타격권으로 한다. 러시아 육군용인 이스칸데르-M을 기준으로 할 때 최소 사거리 50km에서 최대 사거리 500km로 추정된다. 수출용인 이스칸데르-E는 최대 사거리가 280km이지만 북한의 KN-21은 420km까지 날아갔다. 북한이 성능 개선에 성공했다는 의미이다.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협정(INF)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사거리를 일부러 줄인 것으로 최대 1000km까지도 타격이 가능하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 최북단에서 쏘아도 남한 전체를 타격할 수 있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 이스칸데르-M을 기준으로 할 때 탄두 중량이 480-700kg이고 사거리를 조정할 경우 1톤까지도 가능하므로 핵탄두 장착에 무리가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현재의 전력으로 방어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PAC-2, 3, 천궁 개량형(철매-2), 사드 등 기존의 미사일 방어 체제로는 KN-21을 막을 수 없다. PAC-3 MSE의 경우 요격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한국군에는 2021년부터 도입된다. 미사일 방어 외에 한국 정부가 킬체인이라고 불렀던 선제타격 방식인 ‘전략 표적 타격’도 대응 방안으로 상정된다. 그러나 KN-21은 고체연료를 사용하여 10-15분이면 발사 준비가 가능하고 이동형 발사 차량으로 기만활동도 한다. 더욱이 전략 표적 타격은 30분 안에 탐지·추적·파괴가 가능해야 하는데 실전에서 한 번도 검증이 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 KN-21은 기술 확장력도 크다. KN-21의 고체연료, 회피기동, 정확도 등의 기술을 중장거리 미사일에 접목할 수 있다.

종합할 때 한국은 사실상 방어가 불가능한 북한의 신형 핵탄두 미사일의 직접적인 위협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한미 당국의 대응은 안일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인 탄도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기는커녕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으므로 북한이 “신뢰 위반”을 하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독자적 핵억제 능력이 없는 한국에게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미국의 안보 공약이 의심된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더욱 우려된다. 지난 정부부터 심혈을 기울여 발전시켜 온 3축 체계, 지금은 WMD 대응체계로 불리는 북한 핵억제 수단이 사실상 무력화 되었음에도 위기의식이 안 보인다. 전략 표적 타격을 위해서는 30분 내에 적의 정확한 미사일 재원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9일 발사 미사일은 1분 전에 확인하였고 4일 발사된 것은 여전히 발사체인지 미사일인지도 모르고 있다.

북한의 정책은 이전 성공 사례를 준거로 삼는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군사 도발을 재개한 이유는 2006년 북한이 첫 번째 핵실험을 함으로써 강경한 조지 W. 부시의 대북정책을 유화적으로 바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한미 당국은 북한 미사일의 정확한 재원과 위험성을 알리고 북한에게 확실한 경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지속적으로 도발의 수위를 올릴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면 트럼프의 국내정치적 자산도 결국 바닥나 대화는 깨지고 한반도는 2017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더불어 한미는 대북 핵억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미국은 해외주둔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탄도미사일 방어작전계획이 있다. 주한미군은 이미 KN-21 대응이 가능하다는 PAC-3 MSE로 전량 성능 개선을 한 것으로 알려 졌다. 그렇다면 한국군과의 연합대응 체재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미간 미사일 방어 체재 통합도 재검토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 협상틀도 다시 짜야 한다. 북한의 KN-21 공개 발사는 북한의 판돈을 올린 효과가 있다.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은 이전보다 더 큰 값을 부를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미 본토 타격 능력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합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위기이다. 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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