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목 대구기자.

이해하기 쉽지 않은 판정이 새로운 명품 더비 탄생에 초를 뿌렸다.

대구FC는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11라운드 경기에서 1-2로 졌다.

이날 경기는 리그 3·4위가 격돌, 선두권 싸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또한 만년 하위 팀에서 올 시즌 신흥 강호로 부상한 대구와 지난해 강등권까지 떨어졌다 명예회복 중인 서울의 대결로 경기 전부터 축구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관심을 대변하듯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2만3000여 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 새로운 더비 탄생을 축하했다.

양팀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으며 경기도 속도감 있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어져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코어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었고 결정적 위기 때마다 대구 조현우와 서울 유상훈의 선방 쇼까지 펼쳐져 명품 경기로 불릴 수 있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와 희망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양팀 모두에게 상처를 안겼다.

당장 전반에만 4개의 경고가 쏟아졌는데 모두 대구 선수들에게 내려졌다. 

전반 22분 에드가의 경고는 에드가가 팔꿈치를 썼고, 35분 츠바사는 발바닥이 보일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두번째 파울까지는 경기의 중요성을 고려, 심판진이 선수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게 만들기 위한 단호한 판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반 38분 정태욱의 3번째 경고는 애매했다.

다소 뒤쪽에서 태클이 들어갔지만 공을 먼저 터치했으며 발을 접은 상태로 밀리면서 박주영의 발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2분 뒤 정승원의 파울은 수비수와 엉킨 상황에서 부상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경고가 내려졌다.

여기에 후반 막바지 정태욱의 부상과 이를 처리하는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동점골을 위해 수비에서 최전방으로 올라온 정태욱은 적극적인 공중볼 경합으로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그 순간 상대 수비 팔꿈치에 맞아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에드가의 경고와 비슷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 심판은 아무런 파울도 불지 않았다.

만약 주심이 보지 못했다면 정태욱이 치료 받는 사이 비디오 판독을 통해 부상 장면을 다시 봤어야 했지만 어떤 조치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안드레 대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불만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 자청해서 이날 경기 판정에 대해 직접 거론 한 것이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정태욱이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점, 전반에만 4개의 경고가 나온 이유를 정확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승리한 서울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날 서울은 올 시즌 어느 경기보다 열심히 뛰었고 측면 수비가 아닌 중앙 수비수를 에드가 전담 마크맨으로 가용하는 대구 맞춤형 전술로 나섰다.

부상에서 회복한 페시치는 화려한 개인기로 철벽 수비를 자랑하던 대구 수비진의 간담을 수차례 서늘하게 만들었다.

축구 천재로 불렸던 박주영도 결승골을 넣으면 맹활약,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듯하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했다.

결국 양팀 선수들의 노력을 심판진이 망쳤다는 팬들의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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