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 선생님이 걸어 오신다.
회초리를 드시고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시 추억한다.

―옛 날에 옛 날에―

낙타는 어린 시절 선생님처럼 늙었다.
나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금잔디 위에서 낙타를 본다.

내가 여윈 동심의 옛 이야기가
여기 저기
떨어져 있음직한 동물원의 오후




<감상> 학창시절에 잘 되라고 종아리를 때리신 선생님이 기억나 찾아뵈었더니 벌써 돌아가셨습니다. 그 선생님도 낙타처럼 물 냄새를 맡듯 과거를 추억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때는 순수한 동심도 있었고, 선생님과 끈끈한 정도 있었고, 아름다운 추억도 있었습니다. 어느덧 학생들은 순수한 동심을 다 잃어버리고, 선생님은 스승이 아닌 직업인 교사로 남아 있습니다. 모두 현재 자신을 키워주고 발전케 한 은혜가 있을 겁니다. 은혜로운 사람이 스승이므로 스승님께 고맙다고 말할 줄 아는 인간이 됩시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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