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입에 발린 말로 교직을 ‘성직(聖職)’이라지만 해가 갈수록 교사들의 사기가 추락하고 있어서 ‘스승의 날’이 무색한 지경이다. 교사 열 명 중 아홉 명이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학부모의 민원’ 이라고 한다. 성직이라는 교직자들이 이렇게 사기가 떨어져서야 ‘국가 100년 대계’라는 교육이 바로 설 수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유·초·중·고교와 대학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한 ‘교원들의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에 87.4%가 ‘떨어졌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 2009년 같은 문항으로 설문 조사했을 때 ‘떨어졌다’고 답한 비율이 55.3%였던 것과 비교해 10년 새 32%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2011년 조사 때는 79.5%, 2015년 75.0%였는데 급격하게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로는 50.8%가 ‘학생 생활 지도 기피, 관심 저하’를 꼽았다. ‘학교 발전 저해, 교육 불신 심화’(22.9%), ‘헌신, 협력하는 교직 문화 약화’(13.2%)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한마디로 교단의 사기가 떨어져 효율적인 학생지도는 물론 교직 문화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교사들은 학교생활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로는 ‘학부모의 비합리적인 민원’이 42.1%로 가장 많았고 ‘교사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학생들의 언행’이 23.7%로 뒤를 이었다. 초등교사는 ‘학부모의 비합리적인 민원’에 대한 응답이 52.8%나 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도 몰지각한 학부모들의 교육 현장에 대한 입김이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학부모는 교육의 한 주체다. 부모가 교사를 존중하지 않으며 학생이 교사를 불신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교육의 기본 질서가 무너져 피해는 학생들에게 되돌아가게 된다.

교원들은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복수응답)로 ‘교권 확립’(69.3%)을 꼽았다. 이어 ‘사회적 요구의 무분별한 학교 역할 부과 차단’(48.4%), ‘정치·이념 따른 잦은 정책 변경 지양’(23.3%)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응답에 답이 있다.

교사들 또한 과거 절대적 권위의 교사상은 우리 사회 전반의 탈권위주의 흐름에 맞물려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시대에 맞는 스승상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다행히 고등학생 열 명 중 여덟 명이 ‘존경하는 선생님이 있다’고 응답했다니 우리 교단에 아직 희망이 있다. 입시 정보업체 진학사가 고등학생 5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5%는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다고 답했다. 아직 교권은 살아 있다. 교사, 학생, 학부모의 교육 주체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교권 보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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