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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소리
풍금소리
  • 권달웅
  • 승인 2019년 05월 15일 15시 5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16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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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청소를 할 때 소나기가 쏟아졌다. 젖은

흙냄새가 교실 안으로 와아 몰려들어왔다. 그때 어둑어

둑한 복도에서 웅웅웅 풍금소리가 울렸다. 풍금소리가

가뭄에 쏟아지는 빗소리 같았다. 운동장 한구석에 외롭

게 꼬꾸라져 있는 맨드라미 빨간 볏처럼 말라리아에 걸

려 연이틀 결석한 날, 시오리 빗길 걸어 오셔서 신열에

든 내 이마를 나긋나긋 짚어주시던 선생님, 그 여선생님

이 치는 하얀 손에서 새가 날아올랐다.

<감상> 흙길을 걸으면 여선생님이 치시던 풍금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소리 때문에 시오리길 하학 길도 지루하지 않았다. 소낙비 쏟아져 흙냄새가 끼쳐오듯 풍금의 운율이 우리네 혈액 속에 아직도 맴돈다. 구르는 발과 선생님의 하얀 손이 함께 작용해야 소리가 나는 풍금, 쏟아지는 비가 흙에 떨어져야 일어나는 빗소리, 어둑한 복도를 지나 풍금이 옮겨지는 소리, 모두 맨몸끼리 비벼야 나는 소리들이었다. 신열에 든 내 이마를 짚어주시던 그 하얀 손은 바로 약손이었고, 새가 되어 날아올랐으므로 다음 날 즐겁게 등교하였을 것이다. 시멘트 길로 걸어 다니고, 기계음이 판치는 세상에서 우리들은 따뜻한 정들을 그리워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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