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쳐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 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쳐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감상> 결핍을 안고 태어나고, 많은 핍박을 받은 동독 시인은 뒤처진 새와 동일시된다. 뒤처진 새를 기다리는 이유는 남들과 발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너무 일찍 깨달은 시인은 뒤처진 새에게 자신의 힘과 용기와 희망을 보낸다. 힘을 보태기는커녕 약자를 짓밟는 세상에서 철새 떼가 오면 하늘을 쳐다보자. 발맞추지 못하는 새가 있으면 함께 가는 기러기의 정겨움을 눈여겨보자. 기러기는 뒤처진 새가 있으면 두세 마리가 한 마리의 새를 데려오는 의리를 발휘한다. 병들어 날지 못할 경우에는 다음 무리가 올 때까지 함께 기다려 준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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