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계의 라이벌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비기)와 투팍의 생전 랩배틀은 젊은이들 사이에 유명하다. 1994년에는 투팍이 그의 녹음실 앞에서 총탄을 맞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배후에 비기가 있다는 설이 돌았다. 사실은 아니었지만 사건 이후 둘 사이의 갈등은 ‘랩배틀’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첨예화 됐다.

비기는 ‘이스트 코스트 스타일’이라는 힙합장르를 창조했고, 결국에는 투팍을 중심으로 하는 ‘웨스트 코스트’와 치열한 디스전이 이어졌다. 투팍이 사망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9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비기 또한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 둘은 생전 극렬한 랩배틀을 펼치며 힙합 영웅이 됐다.

이처럼 랩배틀은 죽음을 부를 정도로 치열했다. 우리 정치인들이 이들 래퍼들처럼 극단적인 막말배틀을 벌이고 있다. 누구 하나 죽어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투의 막말들이다.

지난 4월29일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대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도둑놈’이라 했고, 같은 날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 프로에 나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좀 미친 것 같다”고 막말을 했다. 5월 11일 자유한국당의 대구 장외집회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빠, 달창(달빛창녀단)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것 아시죠”라고 혐오발언을 이어갔다.

15일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까지 가세해 광주를 방문하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했다. 급기야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1일 표창원 민주당 의원과의 ‘사이코패스’ 설전 끝에 “한센병은 상처가 났는데 고통을 느끼지 못해 방치해서 커지는 것. 대통령이 생각이 다른 국민의 고통을 못 느낀다고 하면 그런 의학적 용어를 쓸 수 있다고 생각된다”며 대통령이 다른 국민의 고통을 못 느낀다며 한센병에 비유해 막말배틀의 끝판왕이 됐다.

일본 자민당 위원들의 부적절 발언을 막기 위해 ‘실언 방지 매뉴얼’까지 만들었다는데 우리 정치권도 막말 의원 공천 배제 등의 ‘실언 방지 법’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사무엘 베케트의 말처럼 지금 우리 정치인들의 입이 ‘머리에 달린 항문’이 되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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