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앞을 지나다가
붉은 입술의 생선을 보고 발을 멈췄다.
주둥이로 유리벽을 치다가 / 나를 빤히 보고 있는
방어의 눈이 바다를 닮았다.
날렵하게 뻗은 꼬리지느러미를 휘두르며
창해를 누볐을 고기 한 마리,
좁은 수족관에서 유리벽에 부딪쳐
퉁퉁 부은 빨간 입술 내밀고 / 바깥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벽을 느끼지 못하는 애달프고도 슬픈 유혹,
언젠가 보았던 유리벽 속에 진열된
붉은 입술의 기원 같은 풍경이 비친다.
바다도 하늘도 유리벽 같은 세상,
섬으로 귀양 온 것 같다고 했더니
팔자 좋은 휴양이라고 코웃음 치는 뭍사람들처럼
함께 놀아보자 농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뻐끔뻐끔 숨을 피우며 종말을 예고하는
유리벽이 입조차 막는다. / 파도소리만 새기고 있는 부둣가,
비릿한 길목의 물빛 속으로 / 노을이 스며들고 있다.





<감상> 좁은 수족관에서 방어는 바다를 그리워했을 겁니다. 그리운 이와 그리운 곳을 찾아가지 못하면 입술이 붉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좁은 수족관뿐만이 아닌 넓은 바다와 하늘에 놓여 있어도 입을 막는 벽은 존재합니다. 수많은 벽들 때문에 붉은 입술을 가진 이들은 종말을 예감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붉은 입술은 애달프고도 슬픔 유혹이기도 하지만, 간절한 그리움의 징표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절함이 지속되면 노을도 붉은 입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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