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연구위원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연구위원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2위를 차지하였다. 수출은 반도체 경기 호황과, 국제유가 상승, 세계교역량 증가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6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올해는 반도체 경기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세계 교역 부진, 선진국 경제성장률 하락 등으로 2년 연속으로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세계경제는 원유를 중심으로 국부를 채운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러시아, 이란, 멕시코,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등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나라들 중 경제와 산업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는 이란,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은 원유생산과 가격에 따라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이들 국가들이 위태로운 원유에 의존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수출에 의존하며 아슬아슬한 경제 행보를 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68.8%로 대부분 교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막히면 국내 경제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 나타난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수출 감소는 외환보유고 감소, 환율 상승 등 거시경제 전반에 문제를 일으키며 급격한 경기하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우리의 교역이 제품의 질적 경쟁력, 가격 경쟁력 모두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수출의 1, 2위 상대국이자 전체 수출의 39%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고, 각종 보복조치를 예고하는 등 국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이 될 경우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수출 감소뿐만 아니라 투자심리 위축, 국내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환율 상승 등 간접적인 영향으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산 관세에 대한 관세인상은 약 1조 원에 달하는 대중국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하였다. 특히 중간재로 수출되는 철강, 반도체 등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하였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중간재 비중은 독일이 61.0%, 일본이 62.1%, 대만이 79.2%이고 한국은 79.0%이다. 2018년 전체 수출 비중을 감안하면, 중간재 수출금액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1,282억 달러나 된다. 이는 곧 우리 대구경북지역 기업에 충격을 줄 것이다. 대구는 중간재 수출의 2차, 3차 협력업체가 많이 입지해 있어 관련 업체의 생산 감소가 불 보듯 뻔하다. 경북지역은 현재 구미의 반도체와 전자부품 중심의 경기 부진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국내경기가 좋지 않으면 환율과 금리에 영향을 미쳐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투자자금이 이탈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을 자극하고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면서 자금이탈과 석유류 수입가격이 상승되어 내수시장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업체들은 환율에 더욱 민감하다. 섬유, 기계 등 지역 주력업종과 연관된 후방 영세업체들의 채산성은 미세한 환율변화에도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당장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정부가 신속하게 금융시장의 변동에 대비한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가동하고 수출이 위축되지 않도록 산업별 대책과 무역금융 지원을 병행해 수출시장과 품목 다변화에 노력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또한 소비재, 서비스업 등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는 것도 반길만한 일이다. 우리 경제는 절반의 국내경기와 절반의 해외경기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일 년 내내 조용한 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늘 이야기하는 경제와 산업의 체질강화는 정부와 기업만의 일은 아니다. 효율적 생산, 적절한 소비, 안정적 소득 등 모든 측면에서 기초를 다시 한 번 다져볼 때가 된 것 같다.

미국의 통상기조 변화는 경제성장률 개선, 세계 경제의 영향력감소, 미국 내 산업구조변화에 따른 갈등, 중국 중심의 세계 경제 개편에 대한 견제, 미국 내 정치적 이해관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등 모든 부문으로 대응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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