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핵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이란이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언제 무력 충돌이 일어날지 모를 만큼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싸여있다. 지난 19일 이라크 바그다드 미국대사관 인근에 로켓 공격이 있었다. 미국은 로켓 공격이 이란의 사주를 받은 친이란 단체의 행위로 보고 있다. 다행히 미 대사관에 피해는 없었다. 미국은 지난달 이라크에 주재하고 있던 대사관 직원과 자국민들을 이미 철수를 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이 싸우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 될 것이다. 다시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싸우고 싶지 않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이유에 대해서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내 핵시설 5곳 중 1~2곳만 폐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회담이 깨어졌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때 베트남을 떠나면서 김정은에게 “당신은 합의를 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며 “김 위원장이 핵시설 5곳을 갖고 있는데 이 중 1~2곳만 없애길 원했으며 나는 나머지 3곳은 어떻게 할 것이냐. 그건 좋지 않다. 합의를 할 거라면 진짜 합의를 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최근 두 차례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실험은 없었다”고 몇 차례 강조를 했었다. 이 말은 미국을 향한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 앞으로 한 번만 더 강행되면 “미국에 대한 도발로 간주하고 북한도 공식적인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원인을 지금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가 이란과의 전운이 감도는 이 시점에서 결렬의 이면을 밝힌 것은 비핵화를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 보려는 북한의 기만적 행위에 대한 고차원적인 압력으로 볼 수가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 대이란 사태를 계기로 이란의 핵 개발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여 앞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 할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2015년 7월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서방 6개국과 함께 이란과 ‘핵 합의’(JCPOA)를 체결했다.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란에 가해온 경제 제재 등을 해제하는 조건으로 2025년까지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정권에서 체결한 이란과의 핵 협정 내용에 2025년 이후에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과 핵물질 반입을 할 수 있도록 해놓은 ‘일몰조항’에 따르게 되면 이후 중동에는 핵 개발 경쟁이 벌어져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게 된다”며 “이 협정은 잘못된 협정으로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를 한다”고 선언했었다. 동시에 이란에 대한 각종 제재도 재개했다. 미국의 제재 재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이란 정부도 ‘트럼프 선언’ 1년째가 되는 지난 8일 서방국들과 체결한 ‘핵 합의’를 깨트리고 ‘핵 개발 재개’를 발표함에 따라 미·이란과의 전운이 짙어지게 됐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경제, 군사적 압력에 대해 “우리의 선택은 오직 저항뿐이다”고 선언하고 이란 원자력청에 저농축 우라늄 생산 속도를 평소보다 4배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이란 정부의 강경책도 한발도 물러설 기색이 없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 준비를 끝낸 상태로 이란의 공격이 있을 경우 곧바로 전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밝히고 있다. 이란의 이런 강경책이 미국과의 비핵화 문제로 현재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병상련 이랄까.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강경책을 보이고 있는 백악관 측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조치로 볼 수가 있다. 페르시아만에 감도는 전운 속에 북한이 섣부른 행동을 할 경우 트럼프로부터 이란과 같은 ‘공식적 종말’이라는 공격의 협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또다시 중동 페르시아만과 극동 한반도에서 비핵화를 둘러싼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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