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덕 칠곡경찰서 북삼지구대 경위
권기덕 칠곡경찰서 북삼지구대 경위

치매 국가책임제, 예방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지난달 전북 군산에서 80세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

자신도 뒤를 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실패했다. 아내는 치매를 앓았고 남편은 10년째 병간호를 해왔다. 갈수록 심해지는 증세와 오랜 병간호의 힘겨움이 가족을 비극으로 내몰았다.

지난 2월에는 40대 아들이 80대 치매 아버지를, 지난해 12월에는 40대 딸이 70대 치매 어머니를 살해하고 목숨을 끊었다. 병간호 살인은 몇 달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뉴스가 됐다.

일찌감치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247건의 병간호 살인이 발생했다.

우리도 그 길을 가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738만 명 중 약 10%인 75만 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26년이면 치매 환자는 100만 명을 넘어서고, 획기적 치료제가 나오지 않으면 2050년에는 3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15조 원이 들었던 치매 환자 관리비용이 2050년 100조 원대로 불어난다는 추계도 있다.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재앙이 될 질병에 우리는 함께 맞서야 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금천구 치매 안심센터를 찾았다.

시·군·구 보건소 256곳에 설치되고 있는 안심센터는 치매 국가책임제의 중추기관이다.

환자와 가족에게 검진부터 돌봄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189곳이 설치됐고 전체 치매 환자의 절반가량이 등록됐다.

확충을 서둘러 돌봄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치매 정책 토론회에선 안심센터가 보완해야 할 점이 조목조목 지적됐다.

실적을 위해 환자 발굴에 치중하는 문제, 의료기관과 경쟁 및 갈등관계가 조성되는 문제, 인력 부족과 종사자 처우 문제 등이었다.

현직 센터장들은 치매 국가책임제의 무게중심이 발굴·치료에서 예방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 위험군 관리를 강화하고, 인지치료를 경도 인지장애 환자로까지 확대하고, 치매란 질병에 관한 연구·개발(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등의 조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 인프라는 설치보다 효과적 운영이 더 중요하다.

대통령의 현장점검에서 이런 사안이 충분히 전달됐기를 기대한다.

특히 치매 연구·개발 사업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각종 규제에 막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법적인 걸림돌을 서둘러 치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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