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척추 측만증을 앓는
지붕의 등뼈는 난감하다



너무 오래 비를 맞아
가벼운 새의 발놀림에도
얇은 비스킷처럼 부서진다
어떤 기와는 살갗이 벗겨져
갈비뼈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수많은 모래와 모래가 만나
물이끼 같은 한 세월 이루었으나
밤새도록 내리는 장대비를 맞고 있는
한사코 제 등으로 비를 맞는
어머니의 등뼈.



낡은 빨랫줄처럼 위태롭다





<감상> 어머니의 등뼈는 오래된 지붕과 같이 살갗이 벗겨지고, 갈비뼈가 드러나 있습니다. 어머니는 지붕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버지보다 일을 더 많이 하셨고, 자식들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셨고, 밤새도록 장대비를 맞듯 세상의 모든 풍파를 견디었습니다. 척추 측만증으로 고생하다 보니 낡은 빨랫줄처럼 생의 마지막도 위태로웠습니다. 빨랫줄을 올리는 바지랑대처럼 제 몸 한 번 일으켜 세우지 못했고, 물이끼 같은 한 세월도 잠시 잠깐이었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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