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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비밀
[아침광장]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비밀
  •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승인 2019년 05월 26일 17시 32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27일 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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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미국이 압류한 선박 한 척에 대한 북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북한의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작년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 2만6천500톤, 약 299만 달러어치를 운송하다 4월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된 바 있다. 이후 미국 연방검찰이 개입하여 선박 압류를 추진했고 같은 해 7월 미 연방법원은 압류를 허가하는 영장을 발급했다. 2019년 5월 11일 미국은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미국령 사모아로 예인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나름대로 대미 메시지 관리를 해왔지만, 미국이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5월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라는 정부의 공식 입장 전달 매체를 통해 미국의 조치를 “불법무도한 강탈행위”이자 “6.12 조미 공동성명의 기본 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지체 없이 우리 선박을 돌려보내”라고 요구하였다. 17일에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냈고, 21일 유엔 주재 북한 대사의 기자회견, 22일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의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미국을 맹비난 했다. 24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를 통해 2005년 김정일의 통치자금 2,500만불을 미국이 압류한 바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사건을 언급하면서 비난전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에게 부과되는 제재에 대해 유엔이 북측에 변론의 기회를 주기 위해 접촉했지만 한 번도 응한 적이 없음을 감안할 때 북한의 반응은 분명 이례적이다.

북한의 반발은 몇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우선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주체가 이전과는 다르다. 대북제재를 주로 담당하던 재무부가 아닌 미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했고 미 연방법원이 압류를 결정하였다. 민사소송을 통한 유형자산 몰수가 북한에게는 처음으로 적용된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은 삼권 분립이 확실히 자리 잡은 국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미 연방법원이 수차례 효력 정지시킨 바가 있다. 미 법원이 나선다면 미북의 정치적 거래에서 벗어난 철저한 제재 집행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사실상 제재 강화로 볼 수 있다. 선례에 따라 현장 요원들은 더욱 익숙하게 향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북한은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유지보수, 정비, 석탄 밀수 등을 위한 대금을 미국 뉴욕 은행 두 곳에서 달러로 결제했다가 적발되었다. 달러를 통한 국제 금융 결제는 미국 금융 기관이 활용되므로 제재망에 걸린다. 그럼에도 북한이 달러 결제망을 사용했고 제재망이 일단 뚫린 경험을 한 미국의 입장에서는 ‘구멍’을 적극적으로 메울 것이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더욱 분발하여 국제 자금 이체와 돈세탁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북한 자산이 미국에 의해 직접 압류된 것도 북한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2014년 멕시코 정부에 의해 북한 화물선 무두봉호가 몰수되고 폐선 처리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에 의한 것은 매우 다른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제국주의 국가 ‘미국’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자산을 압류한다는 것은 그들의 ‘자주성’을 해치는 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인식한다. 2005년 9월 BDA 사건 때 동결된 2,500만불은 아주 큰 액수는 아니지만 김정은의 비자금이므로 “피가 마른다”면서 강력 반발하였다. 결국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가 북·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투명하나 우려를 금할 수 없다. BDA때를 복기하면 미국이 자금을 압류하자 북한은 13개월 간 회담을 공전시킨 후 2007년 1월 16일부터 18일까지 베를린에서 미국과의 양자 비밀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을 계기로 미국은 ‘악의 축’인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극적으로 전환하여 사실상 북한이 원하는 모든 사항을 수용하고 2008년 2.13합의와 10.3합의를 맺은 바 있다.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는 중간선거 패배로 인한 민주당의 집중 공세와 2008년 대선을 고려하여 북핵 문제에 새로운 해법이 필요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에 대한 북한의 강력한 반발은 5월 21일 한대성 제네바 주재 대사가 “[미국이] 큰 결단을 하지 않으면 협상 재개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BDA식의 버티기와 도발의 전초전일 수 있다. 북한은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잃고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를 상대로 버티면서 도발을 이어간다면 트럼프가 항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 북한의 주요 정책은 대부분 성공한 전례를 참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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