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회에서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박수 타이밍’이다. 박수 타이밍을 아는 사람은 악장과 악장 사이에 관객들이 매너없게 박수를 칠까 봐 조마조마하고, 박수 칠 때를 잘 모르는 사람은 언제 박수를 쳐야 할지 몰라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스트레스가 포항과 같은 지방 도시의 연주장에서만 있는 일인가 싶어서 언젠가 미국에 살다가 온 사람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로스앤젤레스 지퍼홀 같은 데서도 연주회 때 때아닌 박수가 터져 나오느냐?”고 물었더니 “그 곳에도 눈총받는 박수 관객이 많다”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 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니, 박수 치는데 절대적인 규칙은 없는 것 아닐까 싶다. 때론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안다는 투의 박수도 귀에 거슬리기는 마찬가지다. 연주자가 마지막 음의 연주를 채 끝내기도 전에 열렬히 박수를 쳐 음악회의 여운을 지우는 박수도 있으니 말이다.

연주회나 운동경기, 연설회장 등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관례적인 것이다. 클래식 음악이 끝나면 지휘자가 무대 밖으로 들락거리며 여러 번의 박수세례를 받는 것이 관례가 돼 있다. 특히 기립박수는 앉아서 박수 치는 것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는 감사와 존경의 표현이다.

“기립박수는 멋지지만,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에요. 쑥스럽거든요. 1분이 1년 같더라고요” 관객이 집으로 돌아가 영화에 대해 각자 얘기하고 음미해야 할 밤 늦은 시간에 8분 간의 긴 기립박수를 받은 봉준호 감독의 박수 소감이다. 22일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 감독이 기립박수가 끝나지 않자 “집에 갑시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는 것.

‘기생충’은 봉 감독의 말처럼 빈부 격차라는 우리 시대의 모습을 담아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다. 한국영화 100주년에 이뤄낸 뜻깊은 수상이다. 봉 감독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 지금은 영화 제작의 노고와 대단한 성취에 대한 존경을 담아 봉준호 감독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야 할 확실한 타이밍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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