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이제 민생을 챙겨야 한다.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촉발된 여야 대치 정국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는 5월도 대치와 투쟁으로 일하지 않고 흘려 보냈다.

결국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는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여야 대립으로 국회 정상화가 요원한데다 예결위 임기가 오는 29일로 끝나고 새로운 예결위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6월 국회 역시 ‘개점휴업’ 사태를 맞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당정이 제출한 6조7000억 원 규모의 재난 대응·경기 대응 추경안 전체를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이 중 재난 대응 예산 2조2000억 원만 따로 떼어 내 ‘분리 추경’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 달이 넘게 국회에 잠자고 있는 추경안이 처리되려면 국회 정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여야는 말로만 ‘국민’ 운운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민생 법안들이다. 포항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한 안전관리와 민생지원 예산, 강원 산불 피해 지역 지원을 위한 고성 지원 예산 등의 추경 처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여야는 더 이상 민생을 방기하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여당은 여당답게 막힌 정국을 푸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이인영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한미정상 간 통화 내용을 주미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사건을 두고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서 오히려 대치 정국이 장기화하지 않을 지 우려된다. 이럴 때 여당이 포용적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민과 민생이 정치의 근본이기 때문에 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야당도 이제 장외 투쟁을 접고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민생투쟁 대장정’도 지난주 끝냈고, 당 차원의 주말 장외집회도 일단 종결했다. 제1 야당인 한국당도 언제까지 장외 투쟁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 황 대표가 ‘민생투쟁대장정’을 마무리하며 한 발언처럼 국민이 살려달라 절규하고 있질 않는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췄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똑 같이 하향 조정했다. 가계의 명목 처분가능소득은 지난 2009년 3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각종 경제 지표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더 이상 실기 하면 회복할 수 없는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여당은 야당의 요구에 귀를 열고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당도 여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절충 기회 자체를 차단해선 안 된다. 국회는 여야를 떠나 깊은 책임감을 갖고 국회 정상화로 국가 경제를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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