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2007년도에 한·EU FTA, 한·미 FTA 등 현재는 이루어진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후 공연 관련업의 미래와 관련한 많은 연구 자료들이 발표되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의 유명한 뮤지컬 등 우수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예로 들며 그들의 우수한 공연 산업이 물밀 듯이 들어와 우리 시장을 완전히 잠식해버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를 말하자면 BTS를 앞세운 대한민국의 K-pop이 그들의 공연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의 뉴욕 브로드웨이 거리에는 뮤지컬 전용 공연 극장이 40여 개나 있으며 이 많은 공연장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뮤지컬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다. 영국은 웨스트엔드를 중심으로 65개 정도의 극장에서 상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공연 기획자’가 가장 각광 받는 직업 중의 하나로 꼽힐 만큼 공연의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공연으로만 연 2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어 공연을 산업화하는 부분에서 앞서 있다 하겠다.

대한민국도 오페라, 뮤지컬, 발레, 연극, K-POP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연 문화가 성장하고 공연을 즐기는 국민들의 문화 수준도 높아지면서 ‘공연기획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공연기획이 주 업무인 필자의 경우 올 초에 대학 잡지 혹은 다양한 직업 관련 매거진에서 ‘공연기획자가 뭐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은 만큼 공연기획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공연기획자는 어떤 일을 할까? 공연기획자는 국내·외 공연 시장의 동향, 대중의 기호 및 성향, 사회 트렌드 등을 조사하여 뮤지컬, 오페라, 연극, 콘서트 등 공연 대본이나 음악을 개발한다. 외국 작품의 판권을 구입하거나 국내의 창작 작품의 저작권 및 공연권을 구입하여 공연작품을 제작하며 투자자와의 협의 하에 공연일정 및 공연장소를 결정한다. 예산을 책정하며, 출연배우 및 제작인력을 섭외하고 제작일정 및 진행사항에 대하여 제작진과 협의하고 총괄한다. 공연의 홍보 및 마케팅, 티켓 판매, 관객 개발 등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외국 공연팀(배우 및 제작인력)의 국내 공연을 기획하기도 한다. (『한국직업사전』 발췌, 2016.)

‘한국직업사전’에 나와 있는 사전적 의미는 위와 같지만 공연기획자가 갖춰야 할 가장 큰 자질은 공연 문화에 대한 열정과 매사에 적극적인 자세 그리고 모든 문화예술에 관련된 콘텐츠를 접하고 즐길 줄 아는 다양성이 필요하다. 문화산업 전반에 관한 것들을 다루어야 하기에 전공 분야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의성과 예술성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수반되어져야 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분야가 바로 공연 기획의 세계이기에 미래에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공연 기획 분야이기도 하다.

공연 문화 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고장은 다른 지역의 공연장과는 구별되는 특화된 공연장들이 많이 생겨나 지역 기획자들의 역량도 그만큼 높아진 상태이다. 이미 우리 지역의 공연장에서 기획 관련 업무를 보던 선배들이 서울의 국립예술단 팀장이나 다른 광역시 예술 극장의 본부장 등으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우리 지역 공연 기획자들의 역량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들의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 지역이 공연을 통한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아시아 최고의 공연 산업도시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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